반대 방향에서는 지훈이 문을 부술 기세로 두드리고 있었다.

"다니엘!!!!!! 대답해!!! 이런 망할!!" 눈 앞에 보고 있어도 불안한데 이렇게 헤어지다니 지훈은 다니엘 걱정에 초조해서 입에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

이쪽 방향에서도 주술이나 연옥봉을 통한 공격 등이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길이 두 갈래가 더 있으니까 다른데로 가보는 수 밖에..."

다니엘, 재환, 진영이 들어간 가운데 길 말고 아직 왼쪽과 오른쪽에 길이 하나씩 더 있었다.

"여기도 몇 명 들어가면 닫힐 거 같으니까 아예 처음부터 3명, 4명 나눠서 서자." 민현의 말에 아이들이 동의했다. 민현이도 물론 재환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진영이랑 다니엘이 같이 있으니 잘 버틸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공격/수비/보조 이런 거 고려하면 내가 지훈이랑 관린이를 데려갈게. 민현이 네가 우진이, 영민이, 대휘랑 가면 얼추 화력이 비슷할 거 같지?" 민현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성우가 나섰다.

"그래. 그렇게 하자."





성우가 제안한대로 성우, 지훈, 관린이 왼쪽 길로 들어섰다.

"갑옷 되찾아서 만나자!" 민현이 성우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민현이 예상한 것처럼 철문이 닫혀서 아이들을 또 나눠놓았다.

이번에는 미리 알고 있었기에 놀랄 것도 없었다.

"자, 그럼 우리도 가볼까?"

민현을 따라서 우진,영민, 대휘는 마지막 남은 오른쪽 길에 진입했다.







성우팀과 민현팀이 뒤늦게 모험에 뛰어드는 동안에 다니엘팀(다니엘, 재환, 진영)은 이미 요괴를 하나 만나서 처리까지 끝냈다.

아이들이 만난 건 노부스마(野衾)라 불리는 날다람쥐와 박쥐의 중간쯤 되는 요괴였다.

노부스마는 이런 어두운 공간에서 갑자기 적을 습격해서 얼굴을 덮은 후에 피를 빨아먹는 소름끼치는 흡혈요괴로 피를 많이 빨리면 목숨을 잃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나 소리에 민감한 진영이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서 접근한다는 걸 미리 알려줘서 별다른 피해 없이 요괴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뭔가가 날아와요! 재환이형, 결계 쳐요 결계!"

아까부터 이 꽁냥대는 거 말고는 크게 쓸 데가 없는 모지리 형들을 - 그 정도는 아닌디... - 이끌고 살아남으려면 자기가 민현/성우/지훈/우진 등의 역할을 다 해도 모자랄지 모른다고 생각한 진영은 신경을 곤두 세우고 전방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천광진(天光陣)!"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만파식적을 손에 꼭 쥐고 있던 재환은 진영의 외침에 곧 바로 반응해서 방어막을 펼쳤다.

몇 초 후, 방어막에 노부스마가 부딪혔다. 방어막의 존재를 예상 못했는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다가 갑자기 퍽하고 부딪힌 요괴는 바닥에 떨어졌다가 다시 날아올랐다. 방어막에 부딪힌 충격에 화난 노부스마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방어막을 이리저리 갈퀴며 피를 갈구했다.

결정타는 다니엘이 날렸다.

"난석타(亂石墮)!"

동굴 곳곳에 널려있던 돌맹이들이 일제히 날아와서 노부스마를 가뒀다. 안심한 재환이 천광진을 풀자 이번에는 진영이 갓 배운 따끈따끈한 주술을 사용했다.

"진공(眞空)!" 진영이 외치자 난석타 안에 갇혀있는 노부스마 주변에 막이 생기고 안에 산소가 없어졌다. 결국 그 상태로 2분 정도 경과하자 요괴가 질식해서 땅으로 떨어져 죽었다.

"여기 으스스하더니 이상한 게 나오네? 얼른 밖으로 나가면 좋겠다 ㅠㅠ"

"벌써 답답하지? 산소가 모자라는 느낌이야."

"좀 전에 그 박쥐 요괴 손톱에 때 낀 거 봤어? ㅠㅠㅠㅠ"

"응응. 개극혐! 와 나 먹은 거 다 토할 뻔 ㅠㅠㅠㅠ"

좀 전까지만 해도 멋있게 방어막을 펼치고 요괴를 돌맹이 안에 가둔 사람들이 맞는지 다니엘과 재환이 습관처럼 덤앤더머 잔치에 들어갔다. 실질적인 리더역인 어린 진영이 자신의 처지가 처량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 뭐 해요? 그만 투덜대고 가자구요. 이러다 놓치겠어요."

'지훈이 하나가 건방지니까 애들이 나쁜 것만 보고 배워가지고 말하는 것 좀 보소.' 재환이 건방진 미자 블랙리스트에 진영이도 추가했다.  아 웃겨 ㅋㅋㅋ 별 리스트를 다 키운다 정말 ㅋㅋㅋㅋㅋ







한 편, 민현팀(민현, 우진, 영민, 대휘)은 이상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우진은 어두운 지하길을 밝히려고 도깨비불을 여럿 소환했다. 그런데 녹색의 도깨비불 하나마다 도깨비불과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색은 주황색인 도깨비불 짝퉁 같은 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우진이 도깨비불을 움직이는 방향마다 주황색 짝퉁이 따라왔다. 우진이 손을 뻗자 우진의 손 안으로 날아온 주황색 도깨비불 하나가 여우의 형상으로 변했다.

[旦那さま。(주인님.)] 작은 여우의 형상으로 변한 주황색 도깨비불이 우진을 향해 고개 숙였다.

대혜자 방송 주간아! 11월에도 또 나가기를♡

"뭐라는 거지?"

다니엘이 없으니 간단한 말도 알아듣지 못해 답답했다.

"어쩌고 사마라 그랬지? 사마를 붙인 거 보면 존칭아닐까? 욘사마 뵨사바 이런 것처럼. 고개를 숙이는 모습도 그렇고 그다지 위험하진 않은 것 같지?"

"네. 너무 예뻐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주황색 불빛을 관찰하던 민현의 질문에 대답한 영민이 손을 뻗었다.

영민이 주황색 불빛을 만지려고 손을 뻗자 주황색 도깨비불 여럿이 영민을 둘러싸더니 일제히 작은 여우 모습으로 변했다. 영민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너도나도 쓰다듬어 달라는 듯이 머리를 영민을 향해 들이댔다.

아이들이 만난 건 키츠네비(狐火)였다. 한마디로 여우불. 도깨비불의 형상을 한 요괴인데 자신들과 같은 모습을 한 도깨비불을 능숙하게 다루는 우진을 처음 본 키츠네비는 우진을 자신들이 모셔야할 주인으로 생각했다.

물론 아직은 언어의 장벽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동물과 사람 사이에는 말 말고도 눈빛, 몸짓 같은 여러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법. 계속해서 어두운 지하길을 헤매는 아이들이 이 곳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걸 눈치챈 여우불 무리가 앞서가며 길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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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자 분이 백귀야행(百鬼夜行) 아이디어를 주셔서 낼름 받아먹었습니다 ㅋㅋㅋㅋ

백귀야행은 일본 전설로 요괴/귀신 무리가 밤중에 단체로 나타나서 행진(?)하는 거거든요. 아이들이 있는 곳은 비록 지하 비밀 미궁 같은 곳이지만 여기도 각종 요괴가 나온다고 우길래요ㅋㅋ


녤른! 특히 윙녤에 환장하고 워너원 고루 아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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