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연성이라 오탈자 있을 수 있음 (ㅠㅠ) 






예상을 아예 못 한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일 중 하나였다. 다만, 막을 수 있으리라…아니. 그들이 하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냥, 그런 식으로 모든 것을 재로 날려 버릴 거라고는…그렇게까지, 그럼 방법까지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이었을까. 그들은 애초부터 그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눈엣가시였을 거다. 하지만 쉽게 제거하지 못 해 안달이 났겠지. 그의 집안…그를 향한 시민들의 짙은 신뢰…그 모든 것들에 위협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폭탄을 터트린건? 그들은 자신이 이 부대에 있다는 골 알고 있었다. 애초에, 자신을 그의 밑으로 보낸 건 그들이었으니까. 자신의 능력을 얕봤던가……. 아냐 그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지른 짓일 게 분명했다. 자신만, 자신만을, 건져내려고. 아니 회수하려고. 그 뒤에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 때는 다시 또 연구소에 보내나? 


팔이 완전히 재생되어 온전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칼라는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생각을 멈추면 안 됐다. 지금 여기서 저들에게 회수 당하면, 당한다면. 그걸로 끝일 거고 아무것도…남는 게 없을 게 분명했다. 스칼라는 잿더미를 움켜쥐며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했다. 아직 덜 재생된 몸은 제대로 일어나질 못 했다. 그리고 점차 찾아오는 고통에 스칼라는 이를 꽉 물었다. 


도망가지 않으면, 지금 빨리 그러지 않으면 여기서 회수 당한다. 스칼라는 언젠가 그가 주었던 시계와 지도를 생각했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곳으로 가라. 그런 이야기였지. 희미한 비의 냄새가 났다. 금방 쏟아질 것 같았다. 잿더미가 흔들린다. 두들리는 소리, 누군가 오고 있다. 몇 명이지. 두 명, 세 명……네 명……. 


스칼라는 감았던 눈을 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통 속에 몸을 일으켰다. 이 고통은 얼마나 이어질까. 모른다. 이렇게 몸이 거의 터졌다가, 수복 시켜본 것은 처음이라.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스칼라는 억지로 몸을 움직였다. 고통에 둔한 움직임은 평소보다 느렸다. 얼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숨이 찼다. 팔을, 다리를 무언가 기어가는 것만 같고, 발을 누군가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짙은 군복에 총. 스칼라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저 새끼를 죽이고 옷과 무기를 빼앗고……그대로 도망쳐야 한다. 멍청한 새끼들. 이렇게 보내면 회수할 수 있을 줄 알았나. 내가 고분고분하게 회수되길 바랐으면 좀 더 머리를 써야지. 겨우 찾은 곳이었다. 자신의 약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을 듣게 하고 싶었으면, 제대로 약점을 잡고 휘둘렀어야지. 나는, 나는….


……이젠 잃을 게 없어. 더 떨어질 곳도 없고. 


빼앗아 입은 군복은 생각보다 헐렁했지만 못 입을 수준은 아니었다. 예상대로 비가 내렸다. 차가운 비에 온 몸이 식었다. 다만 머리 만은 빠르게 회전해서 뜨거운 것 같았다. 몸이 무거웠다. 한 놈만 죽이고 가려고 했는데, 그냥 떠나려 했는데. 그러질 못 했다. 다른 이들이 생각나서. 모두 죽이고, 죽인 다음에 그들이 유품이 될 만한 것을 잽싸게 챙겼다. 아니, 유품……그런 거라고는 군번줄 뿐이었어. 


어떻게든 몸을 끌고 걸어왔다. 건물의 그늘에 몸을 구기고 앉아 이 고통이 빨리 멈추길 기다렸다. 몸을 수복하고, 능력을 또 써댔으니……생각보다 길게 갈지도 모른다. 그 사이에 녀석들은 날 다시 회수하려 할까. 분명 하겠지. 추격은 분명 계속 붙을 것이다. 분명히…. 

발소리가 났다. 그건 작은 발소리였다. 동물인가 싶었지만 비추어지는 그림자는 사람의 것 이었다. 어린애. 스칼라는 인상을 썼다. 어린애…녀석들이라면 어린애도 미끼로 쓸 수 있지. 허리춤에 있는 군용 단검에 절로 손이 갔다. …죽이면………. 


어느 새 다가온 어린아이는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말간 얼굴에는 걱정과 두려움 그 모든 것들이 있었다. 죽이자. 목격자를 만들면 안 돼. 죽여야 돼. 그 녀석들이 분명 목격자도 죽일 거야, 그러면 차라리 내가 죽이는 게……. 검을 빼려는 순간 아이의 작은 손이 머리를 토닥거렸다. 


“자장자장.”


……검을 쥔 손에 절로 힘이 빠졌다. 꼬마는 머리를 계속 토닥였다. 마치 재우려는 것 처럼. 자신이 졸려서 이렇게 앉아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스칼라는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다 제 머리를 토닥이는 손을 아프지 않게 쳐냈다.


“사람 재우지 마.”

“형아 졸린 거 아니야?”

“안 졸려.”

“형아 졸려 보여.”


아이가 쪼그려 앉으며 바라봤다. 냄새도 못 맡나. 피냄새가 날텐데.어디가 안 좋은 거 아냐? 스칼라는 고통에 조금 인상을 쓴 채로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처음 자신을 마주 했을 때의 두려움이 없어졌는지 웃어보였다. 


“형아, 우리집 갈래?”

“……내가 왜 너네 집을 가?”

“우리 집에서 자고가.”

“…너나 집에 가라. 부모님이 찾는다.”


스칼라는 벽에 등을 붙인 채 몸을 일으켰다. 이상한 꼬맹이였다. 쪼그려 앉아 있던 아이가 몸을 일으켜 스칼라를 바라봤다. 


“어디로 가?”

“어디든. 꼬마는 집에나 가.”


스칼라는 허리를 숙여 답지 않게 꼬마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아이는 스칼라가 방금 쓰다듬은 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스칼라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작은 손을 흔들어선 “잘 가, 형아.” 라고 말하며 골목을 쪼르르 나갔다. 아이의 모습이 사라지고, 아이가 어떤 한 남자의 품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스칼라는 다시 바닥에 주저 앉았다. 


도망쳐야 하는데. 지금, 빨리. 눈이 감겼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제대로 쉬지 못 한 것이 분명했다. 아주 잠깐, 조금만 눈을 감고………조금만, 아주 조금만이야. 



스칼라는 순간 번뜩 눈을 떴다. 얼마나 잠을 잔걸까. 몇 시간이 흘렀을까. 여전히 고통은 나아지지 않았다. 건물에 등을 붙인 채 몸을 일으켰다. 멀리선가 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지척까지 온 것 같다. 붙잡히면 안 돼. 붙잡히면. 주머니에 넣어둔 군번줄들이 한데 얽히며 소리를 냈다. 스칼라는 아주 조심히 골목을 빠져나왔다.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소란도. 도망쳐야 하는데. 이 도시를 어서 벗어나야, 이 마을을 벗어나야만. 스칼라는 걸음을 재촉했다. 자신은 갈길이 바빴다. 얼른 가야만 했다. 얼른…………. 제기랄. 욕을 입에 담으며 스칼라는 몸을 돌려 사람들의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아이가 붙잡혀 있었다. 어딘가 낯이 익었다.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한 여자가 안타까울 정도로 몸을 떨고 있었다. 무뢰한이 아이를 우악스럽게 붙잡았다. 겁에 질려 있었다. 강도인가. 무장은? 가게의 안에는 다친 사람들이 보였다. 스칼라는 고개를 기울였다. 아이와 눈이 마주친 것도 같았다. 제 머리를 토닥거려준 아이였다. 허. 혀를 찼다. 어제부터 오늘 되는 일이 없다. 몸을 떠는 여자의 어깨를 밀치듯 툭툭 치며 스칼라는 앞에 섰다. 


괴한이 뭐라고 소리를 쳤다.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스칼라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얼굴을 시뻘겋게 하며 들고 있던 나이프를 아이의 목덜미에 가져갔다. 야. 지금 그만 두면 목숨 정도는 살려줄게. 스칼라가 말했다. 정말로 무미건조한 음성이었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소름 끼칠 정도로. 하지만 괴한은 그런 걸 구분하지 못 했다. 나는, 너 같은 새끼들이 제일 싫어. 스칼라가 분명히 말했다.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괴한의 목이 돌아갔다. 아이를 잡고 있던  팔이 순식간에 힘을 잃고 떨어졌다. 스칼라는 무심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다친 곳은 없었다. 가게 안의 사람들을 치료해야 하나? 안 돼. 괜한 짓은 하지 말자. 뭐해. 구급차 안 부르고. 스칼라가 구경꾼 중 한 명한테 말했다. 건조한 목소리였다. 히익. 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칼라가 가려하자 아이가 옷깃을 또 붙잡아 당겼다. 괜히 여기 있다가, 추적자들이 보고 이들을 오해하면 곤란해졌다. 무관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건 사양하고 싶다. 스칼라는 아이의 팔을 뿌리쳐선, 아까 안타까울 정도로 떨던 사람을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떨고 있었지만 아이에게 냉큼 달려와 아이를 안으며 스칼라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자세히 보니 품에 안긴 아이가 어깨 너머로 손을 흔들었다. ………이상한 꼬맹이. 





가끔은 그 사람에 대한 꿈을 꿨다. 벽에 기대어선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왜 그 사람에게 다가갔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당시 아버지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고…처음에는 그 골목에 있던 건 그냥 동물 같은 건 줄 알았는데. 가끔 그 사람의 꿈을 꾸곤 했다. 아주 가끔. 얼굴은 보이지 않고 그의 등만 봤는데, 항상 그 꿈에서 자신은 어린애였다. 


그를 소개 받은 건 그 후 몇 년이 지나서였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아직은 이름도 없던 그 집단에 들어온 것은 훨씬 어릴 때였지만 그를 제대로 만나 통성명을 한 것은…그 후에 그 집단이 제대로 된 이름을 얻고 나서였다. 한 눈에 알아봤다. 알아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하나도 늙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솔이 고개를 돌렸다. 빵을 물고 있는 채였다. 그는 한참이나 빵을 문채로 자신을 부른 사람과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얼마 안 가 빵을 다 먹은 그가 심드렁한 얼굴을 하곤 대답했다. 


“나 혹시 보모로 여기 왔나?”

“그렇게 말 할 것 까진 없잖아. 그냥 가끔, 오며가며 봐 달라고. 마셜, 이 쪽이 솔이야.”

“아, 안녕…, 안녕하세요.”


마셜이라고 불린 사람이 고개를 꾸벅하며 인사했다. 솔은 “어. 안녕.” 이라고 대충 대답하곤 다시 몸을 돌려 앉았다. 마셜은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곧 생각을 고쳤다. 그와는 아주 잠깐 만났을 뿐이고, 그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 하는 것이 당연했다. 시간도 흘렀고…자신의 모습은 변했을 거고…. 그는 놀라울 정도로 바뀐 게 없었다. 


“저렇게 굴어도 잘 챙겨줄거니까, 걱정하지마.”


솔에게 마셜을 소개해 준 사람이 웃으며 마셜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마셜은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럴 거 같았다. 그 때도. 그렇게 도움을 받았고. 그는 기억하지 못 하겠지만.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


머리 위에서 들린 소리에 마셜은 무심코 위를 올려다 봤다. 어느 새인가 솔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난간에 발을 올리더니, 아주 사뿐하게 내려왔다. 


“누가 쫓아오냐? 뭐 그렇게 긴장을 해선.”


그렇게 말하고는 마셜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어디서 본 거 같기도 한데…뭔가 낯이 익은 얼굴인데. 어디서 봤지. 모호한 얼굴로 솔이 자신을 바라보자 마셜은 몸이 더 긴장하는 것 같았다. “다시 움직여봐. 고작 샌드백 치는 거잖아.” 팔짱을 끼고선 솔이 고갯짓 하며 슬쩍 자리를 비켜주었다. 마셜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몸을 움직였다. 힘은 모자라지 않은 것 같은데. 


“대련 해본 적은?”

“잘, 잘 안 해봤는데요…”

“사격은?”

“…그건 좀 자신이 없어서요.”

“조금 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분명 도움이 될 걸.”


움직이는 걸 멈추곤 마셜이 아직 흔들리는 샌드백을 손으로 잡으며 솔을 바라봤다. 솔을 봤다가 바닥을 봤다가…. 누가 봐도 할말이 있는 모양새 였지만 솔은 마셜이 먼저 말을 하길 기다렸다. 


“그…그럼, 가르쳐 주실……거에요?”

“…뭐어. 그럴 생각으로 말한 건데. 아니면 뭐 다른 사람을……”

“아냐, 가르쳐 주세요! 지금!”

“…그럼 갈까. 그리고 그냥 말 편하게 해라.”


솔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획 돌렸다. 마셜은 그 뒤를 따라가며 “네, 아, 아니 응!” 대답했다. 솔은 못 보겠지만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따라갔다. 사격장에 도착하자마자 솔은 무신경하게 마셜에게 장비를 던져 주곤, 연습용으로 쓸만한 총까지 꺼냈다. 


“쥐어 봐. 일단 봐줄게.”


마셜은 고개를 끄덕이며 솔이 주는 총을 쥐었다. 어정쩡한 자세여서 웃음이 났다. “잘못 쥐면 손이고 뭐고 다 나가는데.” 말간 얼굴을 하고선 무시무시한 농담을 뱉어서 마셜의 안색이 순식간에 파래졌다. 


“그, 그런 끔찍한 소릴….”

“사실인데. 배우려면 진짜를 알려줘야지. 거짓을 알려줄 순 없잖아? 다치더라도 뭐 걱정하지마. 치료 해줄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마셜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여기 서 봐.” 사격대 앞에 서자 긴장이 물 밀듯이 올라왔다. 자꾸만 올라오는 긴장에 마른 침만 삼켰다. 자세가 뻣뻣하게 굳었다. 솔이 어깨를 툭툭 치고, 자세를 고쳐 잡아 주었다. 



손이 얼얼했다. 고작 한 시간 정도만 했을 뿐인데. 마셜은 계속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걸 반복했다. 솔을 다시 만났을 때 그가 자신이 처음 봤을 때와 다르지 않는 모습이어서 조금 놀랐지만,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 이유가 납득이 됐다. 스티치…라고 했다. 스티치 중에서도 상당한 편이라고 했다. 상당하면 어느 정도요? 라고 물었더니 사람들의 얼굴에 고민이 서렸다. 


그러게요.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네. 아. 소문을 들은 적은 있어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소문의 주인공이 솔 씨 라던데.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 마셜은 조금 놀랐지만 금방 수긍했다. 그럴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솔은 그 때로 부터 몇 년이나 지난 지금도 얼굴이 똑같았다. 변함이 없는 모습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늦은 저녁이었다. 우당탕 거리는 소리에 마셜은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창문이 깨진 채로 있었다. 그 아래에는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엎어져 있었다. 그가 몸을 털며 일어섰다. 얼굴에 살짝 긁혀 있는 것 같은 상처가 금방 사라져서 멀끔해졌다. 


“솔, 솔 씨?!”

“아 거참. 편하게 부르라고 했잖아. 여기 너네 집이었냐? 창문은 미안. 나중에 갈아줄게.”

“그, 그럼 형……. 왜 창문으로 왔어요?”

“어쩌다보니 내가 공사다망하다보니.”


그렇게 말하며 그는 어깨를 두드렸다. 금방이라도 가려는 모양새에 마셜은 저도 모르게 옷깃을 붙잡았다. 솔은 그 행동에 왜인지 모를 기시감을 느꼈다. 뭐지? 그냥 옷깃을 당긴 것 뿐인데. 생각해보니 이 녀석은 낯이 익었다. 언제 봤다고 얼굴이 익숙하지. 


“자고 가요. 하루 정도는…괜찮을 거 같은데.”

“뭐. 그럴까.”


솔은 그냥 더 생각하는 걸 접기로 했다. 그냥 근처 바닥에 앉자 마셜이 어느 새 신문지 같은 걸 가져와서 깨진 유리 조각을 줍기 시작했다. 솔은 혹여나 베이지는 않을지 그 모습을 가만 지켜봤다. 


“사람들이 그러던데. 솔…아니, 형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을 정도의 스티치 라고….”

“죽은 사람을 어떻게 살려?”


그 말에 솔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으쓱했다. “뭐…죽기 직전 아슬아슬한 상태라면 가능할지도. 아예 죽으면 무리지 않나…. 뭐. 사실 잘 몰라.” 라고 툭 뱉으며 솔은 마셜을 바라봤다. 유리 조각을 다 주워 신문지에 담은 마셜은 신문지를 잘 싸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솔른 가만히 마셜을 살폈다. 뭔가 탐색하는 눈에 마셜이 의문을 담고는 솔을 바라봤다. 


“…너 말이야. 나랑 어디서 만났었냐?”

“…어…왜요?”

“그냥 너 어딘가 낯이 익어서.”


에이. 아니겠지. 그 꼬마랑은 너무 차이가 나는데. 솔은 가볍게 하품을 했다. 순간 머리 위로,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토닥토닥. 재우려는 손길에 솔은 이 기시감이 무엇인지 조금 깨달았다. 


“자장자장.”


언젠가 들은 적 있는 목소리와 말을 하며 머리를 토닥거리고 있었다. 


“나 안 졸려.”

“그치만 하품 했잖아요?!”

“하품이 나온거지 졸린 건 아닌데.”


솔은 그렇게 대답하며 마셜을 바라봤다. 너무 큰 거 아닌가? 원래 애들은 빨리 큰다고 하지만…. 


“나 이번엔 자고 간다고 했으니까 빈 방 있으면 좀 주든가.”





솔은 눈을 떴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천장이 저를 반겼다. 이게 몇 년 전의 꿈이지. 제 옆에서 아직 자고 있는 마셜의 얼굴을 가만 바라봤다. 처음엔 못 알아 봤는데. 아마 이 녀석은 알아보지 않았을까. 자는 얼굴을 괜히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우으응. 하는 소리를 내며 마셜이 몸을 뒤척였다. 


이런 걸 보면 가끔 장난을 쳐 주고 싶다. 욕망에 솔직하게 반응하면서, 조금만 만져도 펄쩍 뛰는 걸 보면 생각보다 훨씬 귀여웠다. 잠든 얼굴 위로 아주 살짝 입을 맞추자 칭얼거림이 더 심해졌다. 조금 잠이 깼는지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하지마아……….”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럼 이제 부터 하지마………”

“하지마?”


킥킥 웃으며 솔이 마셜의 머리카락을 흐트렸다. 결국 마셜은 졸린 눈을 어떻게든 떴다. 눈을 뜨긴 했지만 여전히 졸려보였다. 솔이 이제 막 일어난 마셜의 입에 아주 살짝 입을 맞췄다. 


“일어났네.”

“우…형이 깨운거지….”


마셜이 졸린 눈을 하고선 솔의 입을 찾으며 서툴게 입을 맞췄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입을 맞췄지만 그 때마다 마셜은 서툴렀다. 아니 좀 급하게 굴었다고 해야할까. 그마저도 귀엽게 느껴졌지만. 


“…그럼 좀 더 잘까?”

“…응…더 자자. 어차피 이제 형 백수잖아.”

“아닌데, 백수는.”


킬킬 웃으며 솔이 마셜을 끌어안았다. “재워줘봐.” 솔이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알아 들었는지 마셜은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와 손으로 솔의 등을 토닥이며 자장, 자장. 하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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