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편 들으며 써내렸던 BGM추천합니다.


♬ New Hope Club -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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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나, 나 여자친구 생겨써"





다리인지 날개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닭다리 발골에 집중하고 있던 지민이 무심하게 툭 내뱉는 태형의 한마디에 더는 씹지못하고 턱이 빠져라 놀란 얼굴로 굳어버렸다.





"그거 안먹을거야?"


"........"


"내가 먹는다 그럼?"





둘이서 치킨 한마리를 다 해치우고도 아쉽게 마지막 한조각 남은 뻑살만 뜯고있던 태형이 한참을 먹지않고 멍하니 굳어있는 지민의 손에 들린 닭다리를 흘긋거리다 잽싸게 뺏어들었다.





"며칠전에 말한 그....소개녀?"


"엉. 나음 개안터라고"





뺏어든 닭다리를 입에 물고 속 편하게 중얼거리는 김태형을 얼빠지게 쳐다봤다. 얼마 남지않은 생맥을 숨 한번 쉬지않고 스트레이트로 꼴깍꼴깍 단숨에 들이킨 뒤 탁자위에 쾅! 소릴내며 내리쳤다.





"하, 야 닌 존나...!"





주변에 여자가 없으면 하늘이 무너지냐, 달린 고추가 아까워서 그러냐, 아주 닳겠다 씨바!!! 라고 상상으로나마 윽박지르다가 닭다리를 입에 물고 덜 떨어진 표정으로 쳐다보는 태형이와 눈이 마주치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


"닌...하, 내가 먹던건데 그걸 먹고싶냐? 엉?!!"





물고 빨던 막대사탕도 아무렇지않게 돌려먹는 부랄친구끼리 갑자기 또 왜이러나 싶어진 태형은 뼈만 남은 닭다리를 멋쩍게 내려놓으며 고갤 갸웃거렸다.





"아니 그걸 지금 솔로인 내 앞에서 자랑이라고 하냐고!! 누가 니 연애사 궁금하대? 아 생각할수록 졸라 재수없네 진짜."





바짝 날이 선 어조로 대충 얼버무리곤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또다 또! 김태형 여친 바뀔때마다 제 속도 모르고 통보하듯 툭툭 내뱉는게 하루이틀도 아닌데 내성이 생기긴 커녕, 되려 혼자서 깊어진 짝사랑때문에 저가 봐도 다혈질 환자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스무살때부터 봐왔던 태형인 내가 지켜본 짐작으론 여자친구 없는 공백기간이 근 세달을 넘긴적이 없었다. 대학입학 당시 처음봤을 땐 남자가 봐도 졸라게 잘생겼길래 얘랑 다니면 여자 좀 꼬이겠거니 하고 먼저 말을 붙였다. 되려 내가 꾀일진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멀쩡한 저를 게이의 길로 인도한 것도 개빡치는데, 앞에서 여자친구 생겼다고 자랑할때마다 극도로 예민해지곤 했다. 그런 김태형이 재수없는 것도 빼박 팩트였지만 것보다 그 여자가 존나게 부러워서.





"너 오늘 그날이구나."


"디진다.."


"또 팀장이 갈궜어? 까짓거 우리짐니 기분도 안좋은데 오빠가 여기 쏜다."


"이모! 여기 오백 하나 추가요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냅다 소리치는 지민을 보며 태형이 픽 웃어버렸다. 제 딴엔 몇달에 한번씩 오르락내리락 감정기복 심해지는 지민을 달래는건 다년간 수련해온 태형에게 누워서 떡먹기였으니까. 머지않아 서빙 된 맥주거품이 빠지기도 전에 입부터 갖다대는 지민을 빤히 바라보다 넌지시 입을 열었다.





"야 짐나."


"아왜, 뭐 또."


"내가 골똘히 생각을 좀 해봤거든?"





저 입에서 또 무슨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해댈지 불안해하던 지민이 애써 태형의 시선을 회피한 채 포크로 치킨무를 뒤적거렸다. 말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던 태형은 입술을 달싹이다 허릴 숙여 조용히 속삭였다.





"너 혹시 조루냐?"


"야...씨.."


"아니 이상하잖아, 누가봐도 존나 멀쩡하게 생겼는데 왜 아무도 안데려가냐고."


"넌 혹시 뭐, 목숨 두개라도 되냐? 뒤져 진짜."


"보기좋다, 그 용기 절대 잃지말고. 반오십 더 살아보고 50 되서도 혼자면 그냥 오빠한테 시집 와."





저봐. 저런다니까? 계집애 취급하면서 롤러코스터 태우는 김태형한테 세뇌 당한건지, 저럴때마다 진짜 계집애마냥 자의와 다르게 심장이 덩기덕쿵 더러러 설레고 지랄인게 문제였다. 몇달에 한번씩 여잘 갈아치우는 니가, 50 먹어서까지 내게 박아줄 정력이 남아있긴 하냐고 진지하게 묻고싶은걸 꾹 참았다. 생각의 전환이 이딴식으로 불순하게 변질되어버리는 나도 써억 정상은 아니였으니까.





"우리지민이 예쁜데..."


"..........!"


"누가 데려갈라고 이렇게 뜸을 들이나 몰라. 그치?"





생긋 웃어보이는 태형이의 머리위로 별빛이 내리는 애니틱한 환상을 보았다. 예민했던 내 기분을 또 저리 능구렁이처럼 풀어주려 한 말이란걸 뻔히 알면서도.... 난 또 이렇게 김태형한테 K.O 완패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거지. 그리고 생각했다. 아 오늘도 자긴 글렀구나 시벌탱







E n d o r P e t !

w. 벨라(Bella)







"진짜 혼자 갈 수 있겠어? 데려다줄까?"


"하쒸, 됐다고오! 내가 니 여친이냐!!"


"야야....지민아...!"





태형의 가슴팍을 퍽 밀쳐낸 지민이 얄쌍한 다릴 비틀거리며 멈춰있는 택시를 향해 쏜살같이 돌진했다. 흡사 뛰어가는 뒷모습이 목도리도마뱀 저리가라였다. 말릴새없이 출발해버리는 택시의 뒷꽁무니를 넋 놓고 쳐다보던 태형은 여느때처럼 능숙하게 휴대폰카메라를 꺼내들어 멀어져가는 택시번호판부터 찍곤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 박지민때문에 못산다 내가.."












김태형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박지민은 이미 오늘 생을 마감할 것 처럼 택시창문에 고개를 꼬라박고 존나게 울고 있었다. 몇년간 시달린 이 조까튼 짝사랑에 종지부를 찍는 것 보다 내 인생에 종지부를 찍는게 더 빠를 것 같아서.





"흐읍....한강...마포대교로 가주세요..."


"젊은총각이...아직 장가도 안갔을거같은데 괜히.."


"저 장가 안갈건데요?!! 시집갈거거든요!!! 흐어어....."





물론 이번생은 글렀으니 다음생에 말이다. 더이상 대화가 안통할거라고 생각했던 택시기사는 백미러를 흘긋거리며 혀를 내둘렀다. 기사님의 시선따윈 안중에도 없이 술기운에 두배로 설움이 북받친 지민은 창문에 머리를 콩콩 찧어박곤 결국 와아앙 소릴내며 목 놓아 울어대기 시작했다. 한강까지도 못참겠다. 지금 당장이라도 뒷문열고 뛰어내리고 싶을만큼 존나 존나 조온나게 서러웠다. 밤마다 김태형 상상하면서 자위하는것만으로도 현타 오지게 오는데, 김태형은 또 쌔끈빠끈한 뉴페이스랑 뒹굴거릴거 생각하니까 이대로 콱 죽어버리는게 낫겠다 싶었다.


고막이 떠나가라 울어대는 지민을 얼른 떨궈버리고 싶었는지 택시기사는 분노의 질주로 금방 마포대교 사거리에 도착했고, 이미 망개떡인지 술떡인지 모를정도로 거하게 취해있는 지민을 덩그러니 홀로 남겨둔채 쿨하게 떠나버리셨다.





"하아..."





혼자서 알코올갬성에 심취해 마포대교를 거닐며 한숨이나 푹푹 쉬어댔다. 분명 도착하기전까지만 해도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다이빙 할 수 있을법한 용기가 솟구쳤는데, 괜히 오늘따라 두배는 더 눈부셔보이는 아름다운 뷰에 넋을 잃고 다리에 적힌 투신자살 방지문구를 하나씩 읊어내리며 비련의 여주인공 마냥 우수에 찬 눈빛으로 하염없이 걷기만 했다.



서글픈 맘으로 한문장 한문장 읽어내리던 지민이 끝내 어처구니가 없어서 픽 하고 웃어버렸다. 몇십번을 봐왔던터라 뇌리에 박혀서는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저의 좌우명처럼 여기며 자기주문처럼 줄줄이 외우고 다녔던 저 문구가, 오늘만큼은 위로가 되기는 커녕... 되려 비꼬는걸로만 느껴져서 확 짜증이 났다. 괜찮은 사람? 웃기시네. 그럼 왜...!! 왜 김태형은 아직까지도 나같이 괜찮은 사람을 몰라보는건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이런 비참한 상황이 벌써 몇년짼데, 김태형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무한루프를 반복하는 기분이었다. 이 쯤 되니까 마포대교가 거의 뭐 내 숙취해소 전용 산책로가 되어버린 정도랄까.





퍽-


"읏!"





한강뷰만 넋 놓고 바라보며 걷던 지민이 앞에서 걸어오던 정체불명 남성과 어깨를 부딪히곤 몸을 휘청였다. 어깨에 철심이라도 박았나? 술 들어간 마비상태에도 조오온나 아팠다. 인상을 팍 찡그리며 어깨를 어루만지던 찰나, 남성의 손에 들려있던 용지들마저 촤르륵 소릴내며 둘의 머리 위로 흩날려 내리는걸 보곤 그대로 멍-해져 버리고 말았다.





"아이고, 괜찮으세요? 미안합니다."


"아..아뇨. 제가 죄송하죠...."





어깨빵 당한건 내 쪽이면서도 바닥에 흩뿌려진 전단지 비슷한 용지들을 보며 괜히 내가 더 미안해졌다. 비틀거리며 웅크려 앉아 그와 함께 용지를 주웠다. 앉아있으니 머리가 핑핑 도는게 금방이라도 오바이트가 쏠릴 듯 했지만 굳이 읽고싶지 않아도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는 용지 속에 문구를 보고는 역류할 것 같은 속도 잊고 두 눈을 꿈뻑거렸다.




엔 돌 펫

EndorPet


지금까지 이런 펫은 없었다.

이것은 애완인가, 애인인가

당신의 엔돌핀을 책임질 애완남 !


( 신 청 문 의 )

진 매니저 010-1992-1204





아니 이게 뭐람, 사람만한 수컷 대형견을 분양이라도 한다는건가. 취해서 잘못봤나 하고 두 눈가를 비비며 재차 들여다 보았지만 무려 애완남이랜다 애완'남'.....!!!! 특출한 아이디어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요즘시대엔 분양도 이런식으로 과대포장을 하는구나 싶었다.


워후 존나 기발하잖아?! 외로움에 허덕이다 마포대교 뛰어내리려는 나같은 사람에겐 끽 해봐야 자기위로로 끝나버리는 투신자살 방지문구보다는 저 전단지에 적힌 문구가 호기심에라도 쫌만 더 살아보고싶게 만들정도로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주는 매우 현실적이고도 흥미로운 내용임이 분명했다.


주워주다 말고 다 구겨진 종잇조각 한장을 펼쳐들고선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전단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지민을 흘깃 바라본 남성이 말끔히 주운 용지들을 다시 제 손에 차곡차곡 정리하며 먼저 말을 붙였다.





"하나 가져가세요!"


"...네?"





저와 눈이 마주치자 찡긋 윙크까지 날리는 그를 잠깐 넋 놓고 쳐다보았다. 이봐 자네, 자네도 괜찮은거 같은데 말이야...





"관심 있으면 연락 주시고."





응? 너한테? 너랑 연락하면 안되냐? 테리우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저의 대답도 듣기전에 멀어지는 그의 딱 벌어진 어깨와 등판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새차게 흔들었다. 올....태형이만큼은 아니여도 쫌 생기긴 했네.










* * *










김태형: 집 도착했어?

박지민: ㅇㅇ

김태형: 인증샷 찍어봐

박지민: 내가 왜ㅡㅡ

김태형: 구라가 일상이잖아. 믿을수가 있어야지

박지민: 싫어 잘거야ㅗㅗㅗ졸려

김태형: 약간 수상한데...에휴 잘자고, 내꿈꿔 짐니♥





다소곳이 누워 반 쯤 풀린 눈으로 카톡하던 지민의 한쪽 입꼬리가 저도모르게 씨익 올라가는걸 느끼곤 제 뺨을 쌔게 한번 내리쳤다. 두번 갈겨도 싸다. 임자 있는 새끼한테 뭘 또 쪼개고 지랄이냐 박짐!!! 저와달리 아무렇지 않은 무표정으로 하트까지 날려 보냈을 김태형을 생각하니 고작 저 카톡 한줄에도 설레여 하는 제 자신이 존나게 한심했다. 보란듯이 1까지 없애서 읽씹해버리고는 신경질적으로 베개 밑에 휴대폰을 찔러넣었다.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며 올려다 본 천장위로 불현듯 그 마포대교 테리우스남이 뇌리에 스쳤다.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지민이 소중하게 꼬깃꼬깃 접어넣어 놓았던 가방안에서의 전단지를 다시금 펼쳐들었다.





"스읍...."





그래 까짓거...수컷 강아지가 됐든, 진짜 남자사람이 됐든! 적적한 일상속에 김태형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분산 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엔돌펫이라.... 내 엔돌핀을 책임져 주겠다 이 말이지? 전단지 속의 짧은 문구를 수차례 곱씹다가 술김을 빌어낸 용기로 망설임 끝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Trrrrrrrrrr...... 달칵.





[지금까지 이런 펫은 없었다! 이것은 애완인가 애인인가, 당신의 엔돌핀을 책임 질 엔돌펫매니저 김석진입니다.]


"..........."


[여보세요? 전화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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