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현재 기준으로도, 조류의 영양학에 대해 밝혀진 바는 굉장히 미비한 수준이다. 조류의 감각에 대해서도 시각과 청각에 대해 비교적 밝혀졌을 뿐, 미각이나 후각 등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적다. 영양학에 대한 부분은 그나마 경제동물인 닭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그에 비해 반려동물로서의 역사가 짧은 앵무새들에 대해서는 더 적은 편이다. 심지어 앵무새는 닭보다 훨씬 많은 유전적 분화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앵무목'의 일원들이다.

현재 가정에서 돌보는 앵무새들의 식단 역시, 포괄적인 '앵무새용' 먹이 몇 종류가 팔리고 있는 것이 전부이며, 각개 종마다 서로 다른 식생과 서로 다른 생활환경에서 다른 먹이를 먹고 산다는 특성마저 고려되고 있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여기서는 앵무새의 식단을 겨우 글 몇 자로 다 적을 수는 없으니, 간단한 부분부터 생각나는 대로 정리하려 한다.

알곡만 먹여도 되는가, 또는 펠렛만 먹여도 되는가.

정답은, 알곡도 아니고 펠렛도 아니다. 

'본인의 앵무새만을 위한 맞춤 식단 기준을 정하라'다. 

그 이유는 앵무새라는 종의 다양성에 있다. 앵무목에 속하는 수많은 앵무새는 겉보기로는 앵무새들 특유의 공통적인 특성 -굽은 부리, 앞발가락 두 개 뒷발가락 두 개의 특이한 발가락 구조 등-을 갖고 있지만 유전적으로는 미국너구리와 사막여우와 회색늑대의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물론 일부 종은 늑대와 개의 사이처럼 유전적으로 아주 가깝기도 하다.] 개나 고양이의 '품종'의 구분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개의 한 품종인 시츄와 또 다른 품종인 진돗개는 서로 엄청나게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유전적으로는 둘다 'Canis familiaris'에 속하는 동물로, 교미하여 2세를 낳을 수 있고 탄생한 2세 역시 번식능력을 갖는다. 길고양이와 페르시안 품종의 고양이도 마찬가지로 같은 'Felis catus' 라는 학명으로 불리는 범위 안에 있는 같은 '종'이다. 학생 때 종속과목강문계...로 쉬이 언급되는 린네의 분류학 기초를 배웠다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외모가 달라도, 체급 차이가 나도 유전적으로 같은 종에 속하기만 하면 그 둘이 만나 번식 능력을 가진 2세를 생산할 수 있다.

앵무새는, 앵무목이라는 아주 포괄적인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새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 안에 있는 아주 많은 앵무새들의 종은 유전적으로 서로 분리된 개체들로, 교미해도 2세가 생기지 않거나, 생식능력을 잃은 2세만이 생산된다. 비교적 쉽게 예를 들자면, 사랑앵무와 왕관앵무가 교미해도 2세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교적 유전적 거리가 가까운 눈테모란과 비눈테모란이 번식을 하는 경우에도, 2세가 탄생하기는 하나 그 2세는 번식능력이 없다. 당나귀와 말이 교미하여 번식능력이 없는 노새가 탄생하는 것과도 같다고 보면 된다.

아예 종이 다르다는 것은, 성격도 서식지도 생활환경도 심지어 주어진 수명도 다르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비슷한 유황앵무와 큰유황앵무 두 종을 비교한 경우에도 기대수명은 약 1.5배 정도 차이가 날 정도이다. 즉 영양학적으로 기대되는 완전식의 기준이 다르고, 먹이를 구하는 -foraging- 방식도 다르다. 심지어 식단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생애주기와 생활패턴도 필수이다. 어린 새와 늙은 새가 같은 식사를 하지는 않고, 좁은 실내에서 지내는 새와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환경에서 사는 새가 같은 칼로리를 섭취해서도 안된다. 게다가, 조류의 미각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덜 이루어진 편이지만 앵무새는 개나 고양이에 비하면 미각이 훨씬 뛰어난 편이며, 지능이 높은 만큼 먹이에 대한 취향도 까다로운 편이다. 연구할 거리를 찾는 생물학자에게 앵무새의 영양학과 식단은, -연구자금을 조달해 줄 후원기업만 찾는다면야- 몇십 년이고 연구할 길이 펼쳐진 미지의 세계인 것이다.

물론, 완전히 종이 비슷하다고 하여 식단이 동일한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팜코카투와 갈라코카투와 왕관앵무는 유전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관앵무과의 아이들이지만, 팜코카투는 갈라에 비해 더 많은 견과류와 나무열매, 야자열매, 과일 등을 먹는다. 갈라코카투 역시 견과도 먹고 씨앗도 먹지만, 알곡 등 지방 함량이 훨씬 낮은 식단을 주식으로 한다. 심지어 같은 종 내의 아종간에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슷한 친척관계에 있는 종들의 식이습관을 파악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호주 앵무새인 로리[장수앵무]와 갈라코카투를 비교하자면, 둘은 상당히 다른 것이다. 로리는 과일 및 꽃을 주식으로 삼고 갈라코카투는 씨앗류를 주식으로 한다. 

또, 유전적으로 가까운 종과 식단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점은 희귀종 보호자들이 자신의 아이들 식단을 준비해 줄 때 큰 정보가 될 수 있다. 애완조로서는 매우 희귀한 종으로, 정보를 얻기 힘든 메이저미첼 코카투의 식단에 대해 상상해 보자. 팜코카투보다 갈라코카투와 유전적으로 더 가까우며, 때로는 서식지가 겹치기도 하고, 야생에서 같은 무리에 합류하여 다니기도 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는 메이저미첼 코카투. 이들에게 팜코카투처럼 고지방 견과류 식단이 더 잘 맞을까? 아니면 갈라코카투와 비슷한 알곡 위주의 저지방 식단이 더 맞을까? 현명한 보호자라면, 비교적 쉽게 답을 유추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일부 주인들은 포기해 버릴 수도 있다. 어차피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시판 먹이를 사다 먹이는 것이 그냥 되는대로 먹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조금 다르다. 일부 희귀종은 식단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못해, 일부 영양학적 문제로 인한 자해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발견된다고 하지만, 비교적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공존해 온 유명한 종의 경우엔 시판되는 식단이 안전하며 아이들에게도 잘 맞을 수 있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보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종이거나, 대중적으로 크게 사랑을 받는 종이라면 그 종 및 유전적으로 가까운 종들의 식단에 대해 더 많이 파악되고 있는 편이다. (어디까지나 희귀종 앵무새에 비해서의 이야기일 뿐, 닭이나 개에 대한 연구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만큼 관심을 못받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꼭 유라시아 대륙이 모든 연구에서 뒤처지는 것만은 아니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사랑앵무의 경우 호주가 원 서식지인 새이지만 아주 긴 시간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종으로 전세계에서 대중적으로 키우고 있는 아이들인데, 덕분에 많은 유라시아의 육종가들이 더 많은, 더 아름다운, 더 건강한 사랑앵무를 탄생시키고자 알맞은 식단을 찾기 위해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식단을 파악해 왔다. 이들은 알곡의 씨앗을 위주로 먹는 식단을 위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주 특이한 식단- 견과류나 야자열매 등을 요구하는 식단이 아니어도 되기 때문에, 시판되는 알곡 사료를 중심으로 한 식단도 잘 맞는다. 이 종의 경우, 시판되는 사료 중 품질이 좋은 것을 골라 선택한 후 신선한 채소 및 과일을 겸하여 먹이면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사료의 품질은 매우 중요한데, 오래된 씨앗은 비타민 등이 소실되어 그저 칼로리와 세균 및 진균 덩어리가 된다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신선한 씨앗 쪽이 기호성도 더 좋고, 소화기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더 적다. 몇 년씩 묵은 오래된 알곡만 먹이면서 비타민 등 쉽게 산화되거나 변질되기 쉬운 영양소를 필요한 양만큼 충분히 섭취할 거라 기대를 하는 보호자는 없을 거라 믿는다. 또, 흙에서 재배되는 만큼 잔류농약 등의 걱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 출처가 불분명한 사료보다는 출처와 성분이 명확하게 표기된 사료가 안전하다. 개인적으로는 휴먼그레이드 급으로 인증된 제품 등은 안전하다고 보는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품질 및 위생 인증과 검사를 마친 제품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요즈음 감마선 멸균 사료가 비교적 안전한 식단으로서 떠오르고 있는데, 멸균처리 과정 자체는 매우 좋다. 영양성분의 손실 없이 세균을 살균해 주기 때문이다. 다만 감마선 멸균은, 감마선 조사량과 조사시간에 따라 살균력이 달라진다. 즉, 처음부터 오염상태가 심각한 알곡은, 깨끗한 알곡보다 더 오래 감마선을 쐬어 준 뒤여야만 겨우 그만큼 세균수가 내려간다. 즉, 감마선을 쐰다고 해서 오래된 알곡이 완벽하게 안전해진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 포장될 때부터 세균이 적은 깨끗하고 질 좋은 알곡을 골라 감마선 처리를 선택한다면, 적은 감마선 조사량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더 안전하게 먹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금강앵무와 같은 종은 중남미 일대에 서식하는, 서식지부터가 완전히 다른 종이다. 비교적 건조한 지대에서 사는 사랑앵무와 달리, 대부분 열대우림에서 서식하는 편인데다 식이도 완전히 다르다. 이 종은 다른 종에 비해 씨앗을 덜 먹는다. 대신 과일과 미네랄 및 지방 요구량이 많다. (구체적인 일일 요구량이 mg단위로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나 그들의 식생을 미루어 짐작할 때 그러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이 앵무새에게 사랑앵무와 같은 모이를 먹여 키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또, 시판되는 '대형앵무 전용 사료'역시 완벽하지는 못하다. 예를 들어 야생의 금강앵무들은 덜 익은 견과류와 야자를 선호하는데 가정집에서 제공해 줄 수 있는 견과는 대부분 잘 익은 종류인데다, 견과는 가격대가 비싼 만큼 사료 안에서 견과의 양을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저렴한 견과류로 내용물을 채운 사료가 많다. 게다가 견과는 지방산 성분의 산화가 중요한 품질문제인데, 많이 산화되어 찌든 견과류만 잔뜩 든 사료를 돈 주고 사서 먹이는 것은 그야말로 돈 주고 병만 키우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오래된 묵은 알곡을 피하고자 펠렛 사료를 선택하자 결심한다고 해도, 쉽지 않다. 시판 펠렛사료는 대형앵무의 식단을 연구하며 나온 것이 시초였기 때문에, 대형앵무용 펠렛이 먼저 보편화되었다. 비교적 알곡 베이스의 식단을 하는데다 스트레스에 잘 견디는 체질인 일부 대중적인 소형종은 유라시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알곡식단만으로도 생존기간이 길었고, 유라시아의 기후에도 훌륭하게 적응해 나갔다. 그러나 중대형종은 달랐다. 시름시름 앓다 몇개월만에 죽어갔다. 로리[장수앵무]는 본래 알곡 소화력이 형편없음에도 사람들로부터 과일만 편식한다는 오해를 사곤 했으며 '편식하는 나쁜 버릇을 고치고자 하는'  일부 보호자의 요구에 맞춰 강제로 알곡을 먹으며 살아야 했다. 회색앵무는 이유조부터 성조에 이르기까지 다른 앵무새에 비해 더 높은 칼슘 요구량을 가진 종인데, 이유조일 때 충분한 칼슘을 섭취하지 못한 대가로 그 아이의 남은 기대수명이 줄어드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펠렛 시장은 신기하게 발달했다. 보통은 대중적으로 키우는 종을 위한 식단이 먼저 개발되고 그 뒤 소수종에게 먹일 식단까지 다양하게 발전해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사랑앵무, 왕관앵무 등 소형앵무가 더 대중적이니 이 아이들을 위한 식단이 먼저 출시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중대형종용 펠렛이 먼저 만들어졌다. 즉, 특이한 식이습관을 가진 일부 중대형종들의 먹이를 현지에서 공수해 오기 힘들어, 그들이 굶어죽지 않도록 하기 위한 펠렛이 먼저 개발되었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소형종에 대한 펠렛이 출시되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대중적인 소형앵무는 야생에서도 쭉 알곡 베이스를 한 식단으로 살아왔고, 이 알곡들은 유라시아의 기후에서도 잘 자란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때문에 소형종 보호자들은 펠렛의 급여를 대체로 망설이며, 또한 펠렛이 아이들의 건강 및 정서적 만족도가 높기를 바라며 급여하는데도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일이 있어 신중히 선택해야 하는 편이다. 앵무새 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보호자들의 신뢰를 얻게 된다면, 소형종 앵무새들에게도 훌륭한 기호성을 자랑하는 펠렛이 나올 것이다. 그때쯤엔 전세계 앵무새들의 삶의 질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그러면 대체 뭘 먹이라는 것인가?

종의 특성에 따라, 보호자는 자신만의 적절한 급여 기준을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늙은 소형앵무인 사랑앵무의 보호자라면,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고칼로리인 카나리씨드 등이 어느정도 제한된 알곡을 베이스로 주된 식단을 짜는 것이 자신만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또 펠렛 브랜드의 역사가 깊으며 동물원, 실험실 등에서 오랜 기간 사용된 펠렛을 골라 일주일 중 이틀만을 보조 식단으로 먹인다거나. 또한 활동량이 많은 낮시간대에 과일과 채소를 제한된 시간동안 신선하게 급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음식을 찾아내 발견하고, 그것을 즐길 기회를 줌으로서 아이의 탐색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것 뿐이다]

또 실내생활을 하는 젊은 회색앵무의 보호자라면 다를 수 있다. 회색앵무는 편식이 심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 종인데, 심지어 안먹고도 먹은 척 밥그릇을 비워 놓는 고도의 지능 행동이나 꾀병을 부리는 것도 종종 보고될 정도이다. 안먹고도 먹은 척 하는 것은, 사료 알갱이를 부리로 꺼내 밥그릇 뒤 또는 다른 장소, 또는 배변판에 버려두는 행동 등인데 다른 종에게서도 많이 발견된다. 그 행동의 이유는 포식자 앞에서 식욕이 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편식의 시작을 알리는 것 등 여러 가설이 있으나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어쨋든 편식을 막기 위해 편식대상이 되기 쉬운 해바라기씨 같은 특정 알곡은 급여량을 제한하고, 펠렛 역시 다양한 종류를 번갈아 제공할 수 있다. 또 같은 펠렛이라도 물에 불려서 주는 날, 잘게 부수어 주는 날, 원래의 펠렛 모양 그대로 주는 날 등 펠렛의 형태를 매일 바꿔 급여하는 등의 노력은 편식에 대한 훌륭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것 뿐이다]

필자는 필자의 앵무새만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그에 맞춰 급여하고 있는 편이다. [새로운 지식이 추가될 때마다 가이드라인은 계속 개선되거나 수정되고 있다] 또한, 같은 새를 돌본다 하더라도 항상 같은 급여기준이 정답일 수는 없다. 본인의 새가 번식중이거나, 털갈이 중이라든가, 날씨 탓에 일광욕을 거의 시키지 못하는 계절이 왔거나, 기타 평소와 다른 영양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필자의 식단 가이드라인은 차후 기회가 생기면 적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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