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형은 어린 시절부터 "착하다"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리고 한 번 이민형과 만난 사람은 모두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어린이를 싫어하는 옆집 아저씨도 어린 민형에게만큼은 손에 사탕을 쥐어주었고, 부모님 말고는 어느 누구와도 대화하기를 꺼리는 유치원 같은 반 학생도 민형 앞에서만큼은 끊임없이 조잘거렸고,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같은 운동부 학생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무시하는 덩치 큰 학생도 민형만큼은 잘 챙겨주었다. 민형은 주변 사람들이 워낙 다들 본인들에게 잘해주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방과후면 남아 있어야 할 "인재 양성소"에 대한 불만족도 딱히 없었다. 

그렇기에 인재 양성소에 있는 또래의 아이돌이 감옥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해낼때 가만히 듣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민형과 제일 친한 사람은 의외로 이동혁이다.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둘은 완벽하게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민형이 어린데도 불구하고 철이 들었다는 칭찬을 수백번 들었다면, 동혁은 가만히 앉아있으라는 잔소리를 수백번 들었다. 이런 동혁의 가장 큰 단점은 결정을 너무 빨리 내린다는 것이었다. 이런 즉흥적인 성격 탓에 사고도 많이 치고는 했지만 "인재 양성소"가 동혁을 쫒아내지 못한 것은 그 특유의 애살스러운 태도 때문도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순간 이동이 가능한 인재였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먼 거리를 순간 이동하면 사나워진다는 것을 빼고는 꽤 괜찮은 능력, 이라고 동혁은 자신을 평가했다. 

워낙 주목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동혁에게 있어서 "인재 양성소"는 갑갑하게 느껴졌다. 밖에 나가서 본인의 재능을 자랑하는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었다. 




동혁이 분명 자신은 잘생긴데다가 초능력까지 있으니 유명세를 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주로 황인준 담당이었다. 인준은 유하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독설을 잘 날리기로 유명했는데 그러면서도 은근히 같이 다니는 무리를 챙겨주었다. 인준은 중국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다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인재 양성소"에 팔려가고 강제적으로 신분 세탁을 당했다. 인준의 능력은 말을 그럴듯하게 잘해서 상대방을 설득 시키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같이 다니는 무리에게만큼은 항상 통하지는 않았다. 인준의 꿈은 바깥 세상으로 나가 미술가가 되는 것이었다. 

인준은 불확실한 행복보다는 확실한 미래를 더 좋아했기에 "인재 양성소"를 탈출하는 것을 항상 망설이는 입장이었다. 




천러는 어느날 "인재 양성소"로 견학을 왔는데 그곳에서 파란 액체가 담긴 주사기를 맞고 중국어로 욕설을 하는 인준을 목격했다. 천러는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저 사람이 누나 욕해요!" 하고 해맑게 웃으며 인준을 가리켰다. 천러는 재미있을 것 같다며 "인재 양성소"로 들어오기 위해 그 누구도 요구하지 않은 이력서를 소장에게 들이밀었다. 연구소 소장은 익히 천러네 집안의 재산을 알고 있는지라 천러가 5개국어를 한다는 명분으로 "인재 양성소"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천러는 가는 곳마다 웃음 소리를 터트리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천러에게 있어서 "인재 양성소"는 천국이었다. 평생 있고 싶은 곳. 소장님도 그리고 같이 다니는 무리도 마음에 들었고 항상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니까. 




천러가 처음에 "인재 양성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인준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머물기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박지성 때문이었다. 지성 특유의 떨떠름한 표정이 천러는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같이 다니는 무리 중에서는 막내지만, 지성은 "인재 양성소"에 처음 들어오게 된 아이였는데 그 당시에만 하더라도 낯가림이 상당히 심했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은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천러에게서 사실 인준의 능력과 똑같은게 아니냐고 종종 놀림을 받았지만, 지성은 본인의 글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인재 양성소"를 탈출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글로 먹고 산다는 건 힘들지 않을까, 하는 비교적 현실적인 생각을 종종 하기도 했었다. 

"When the whole world is running towards a cliff, he who is running in the opposite direction appears to have lost his mind." - C. S. Lewis

TTYT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