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국의 요괴 연구에 접근할 때 저는 한국의 요괴는 다른 요괴들의 성질적인 면이나 행하는 일 자체가 

타국의 요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시작으로 하였습니다.

 

요괴의 사전적 의미는 요사스러운 귀신, 요사스럽고 괴이함이고

괴물의 사전적 의미는 괴상하게 생긴 물체, 괴상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요괴들은 사전적 의미로 미루어 봤을 때 사실상 귀신이 아닌 것이 많습니다.

화장실의 하나코, 혹은 옥상에 있는 목만 있는 아이 이런 괴담에 등장하는 것들은 눈에는 보이지만(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이것을 인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령靈에 가깝지만, 

서브컨텐츠에 요괴라고 등장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설녀, 네코마타, 여우 등 사실상 이 요괴들은 실제로 형태를 가진 물物입니다. 

실체가 있는 대상이죠.


『조선조문헌설화집요』를 집필한 서대석은 설화에 나오는 이물들을 다양하게 분류했습니다. 

큰 맥락은 귀신, 괴물, 동물, 사물이지만 그 안에 신령과 혼령, 괴물 

그리고 명당明堂이나 기이한 보물, 의로운 개, 뛰어난 말 등도 포함되어있습니다.

상서롭거나 외형이 이상하지 않아도 신기하거나 그러한 능력이 있는 것 모두 이물異物로 본 것입니다. 

특이한 것은 물物이란 것은 인지할 수 있는 실질성을 가진 것인데 혼령인 귀신도 모두 

이물異物이상한 것, 이상한 존재로 분류한 것이죠.

 (김용 역시 한국에서 귀신과 도깨비를 명확한 개념구별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위의 두 가지로 미루어 보았을 때 한국은 귀신과 요괴의 분류, 개념, 부르는 명칭등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귀신과 도깨비를 따로 분류하는 말 같은 건 없는 셈이됩니다.

 

사전적 의미에만 집중해서 귀신은 요괴가 아닌걸로 치부하고 

괴(怪)랑 물(物)로 번거롭게 나눌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경계가 모호해지면 그 존재를 이해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인지가 필요합니다.


과연 한국의 요괴들은 요괴라고 불리울만한 성질의 것인가?

스와하루오의 분류처럼 인간이외의 것이 사람 형태를 지니고 나타나는가?

야나기다 쿠니오가 얘기한 신이 영락한 것이 요괴라는 분류에는 적합한가?

 

제 대답은 아니다.였습니다.

 

단순히 괴담에 등장하는 요괴 하나를 분류하고 그것을 정의하는데도 

이처럼 많은 가닥으로 갈리는 이유는 ‘어떤 것’을 무엇으로 ‘인식’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각자가 어떻게 요괴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요괴로 분류할 수도, 그저 단순한 혼령으로 분류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귀신,요괴,이물의 문화비교론』에선 ‘지배담론’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괴한 존재성으로 주체를 불안과 매혹에 빠뜨리는 것들은 전통사회에서 합리와 정통을 자처했던 지배담론에 의해 ‘주변화된 대상이었다’는 얘기를 합니다.

이 기괴한 존재들은 누군가 죽이지도 없애지도 않는데 시대가 변할 때마다 나타납니다. 

그 이유는 시대가 변해 사회가 변하고 구조화 되며, 다시 재생산 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지배담론이 변해 사회의 인식이 바뀌면 또 다시 이상한 존재들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쉽게 풀어 이야기 하자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다른 이질적 존재를 배척하는 면이 있습니다. 

일상적 인식 범위를 벗어나는 낯설고 이질적 현상, 혹은 형상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냅니다. 

이것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인식의 기준 혹은 상식에 반하는 어떤 것을 보면 

저것은 이상한 것! 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더 쉽게 풀어 현대에 지배담론을 넣어 얘기해볼까요?

현대사회의 지배담론 안에선 기괴한 존재를 만들어낼만한 사회적 상식은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물체인 비행기도 이상한 것이 아니고 옛사람들이 천구라고 부르던 별똥별도 더 이상은 천재지변을 불러오는 존재가 아니지요.

21세기에 귀신이나 요괴를 믿는 사람은 아마 외계인이나 산타를 믿는 사람만큼이나 없을겁니다. 

믿는 사람들은 지금 사회의 지배담론과는 관계없이 “내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흥미를 가지고 그 존재를 믿고 있는 것이지요. 어쩌면 지금 시대의 지배적담론으로 찾아낼 수 있는 기괴한 존재는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그 무언가‘ 일 수도 있습니다. (UFO! 화성인! 그루트!)

 

하지만 21세기 인공지능 로봇이 개발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괴담은 존재합니다.

흔히들 학교다니면서 들어봤을 괴담들 말이죠.

 

‘들었어? 운동장에 있는 책 읽는 소녀의 책장이 다 넘어가면 누군가 죽는데’ 

‘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가 자기 예쁘냐고 물어봐서 예쁘다고 얘기하면 똑같이 입을 찢는데’

‘자정이 넘으면 밤마다 인체모형이 교내를 돌아다닌데, 그래서 다음날 보면 자세가 달라져있다더라’

 

이런 괴담이 떠도는 것을 볼 때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 녹아있지만 같은 존재가 아닌 것, 익숙한 외형이지만 낯선 느낌을 주는 대상, 바로 귀신인 것이겠지요. 

지네가 괴물이 될거라고 무서워하는 사람보다 낡은 화장실이나 폐가에서 귀신이 나올거라고 믿는 사람이 

조금 더 많은 것처럼요. 귀신은 사람이 죽어서 나타나는 것이고 형태적으로도 친숙한 모습이지요. 

그 친숙함에서 나오는 낯선 어떤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요괴라는 것은 실존하냐 아니냐를 두고 연구하고 따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위에 얘기들처럼 지배담론과 관계없이 낯선 어떤 것을 두려워하는 것.

괴물, 괴이한 현상등을 믿고 그것에 대해 연구하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하는 것들도 귀신이냐 요괴냐, 실존했느냐 안했느냐를 논하는 것이 아닌

그 당시 기록한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믿고 인식했느냐를 바탕으로 얘기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한국의 요괴의 명칭을 더욱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어우야담 등 많은 기록들을 살펴보았을 때

야나키타 쿠니오가 분류한 것처럼 원한을 품고 늘 그 자리에 나타나거나, 일정시간에 나타나 특정 사람만을 노린다거나 하는 그런 얘기는 많지 않습니다. (일단 이 부분에서 한국의 요괴는 야나키타 쿠니오의 분류에 맞지않습니다. 모든 것이 다 그런 속성을 띄지 않기 때문에 이 해석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오히려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의로운 개가 주인을 구하고, 길가다 만난 나그네는 죽통에 미녀를 넣어다녔는데 헤어질 때 우레가 치며 연기처럼 사라지고, 전쟁 중 전세가 밀리자 귀에 대나무잎을 꽂은 군사들이 함께 싸우다 바람같이 사라지고, 

용이 검은 옥대를 바치며 말하길, 피리를 만들어불면 천하가 화평할거라는 만파식적, 늙은 노인이 알고보니 변신한 여우?! VJ특공대가 찾아가보았습니다! 하는 멘트가 절로 나오는 일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지요. 


분류와 형질이야 타국의 요괴와 비슷한 맥락으로 나눌 순 있겠지만 위의 얘기들을 미루어 보았을 때 한국의 요괴는 더욱 더 명칭을 달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럼 굿것은 무슨 뜻이죠?

 

현대 국어 ‘귓것’은 15세기 문헌에서부터 ‘귓것’의 형태로 나타나 현대 국어에 이어진다. 이 말은 ‘귀(鬼)+ㅅ+것’의 구조를 지닌 합성어로 분석되는 것으로 ‘귀신’, ‘마귀’, ‘도깨비’의 의미로 쓰였다. 중세국어에서는 널리 쓰이던 말이었으나 점차 사용 빈도가 줄어들어 18세기 이후가 되면 이 말이 쓰인 예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 우리말샘 


 

귀신, 마귀, 도깨비를 통칭하는 단어인 굿것은 요괴가 가진 성질이나 속성에 구애받지 않고 한국의 요괴를 아우르기에 적합하다 생각하였습니다.

 

한국의 요괴는 낮과 밤의 경계가 없는 것도 있고, 꼭 악惡함만을 행하는 것도 아니며 꼭 선善하지만도 않고 그저 재미를 위해 장난만 치는 존재도 있습니다.

예언을 하거나 혹은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신비롭게 여겨지던 것들도 있지요. 그렇기에 요괴妖怪라는 말은 더 어울리지 않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스스로 새 명칭을 정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견해이며 이러한 명칭을 쓰게 된 계기를 명확히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에 존재했던 굿것들이 웹툰, 게임, 소설등 더 많은 서브컬쳐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기를 바라며 기존에 많은 요괴대백과들이 나와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정보로 새로운 해석과 이미지 원형原形을 제시하며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Have a 굿것time! 



한국의 요괴 [귓것;神神] 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원서와 번역본을 이용하여 주관적 해석을 올립니다. 인간입니다. ※이 계정의 글은 연구 자료로 쓰이며 직접 작성하고 있으므로 무단 이용을 금합니다.

이야기꾼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