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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후천적 장애인이 아닌 선천적 장애인이다. 그것도 심장 장애인이다. 아주 힘들게 얻어낸. 심장장애인의 인정과정을 보려면 아래의 글을 참조할 수 있다.


선천적 손상이라는 말은, 후천적 장애인이나 손상을 입은 사람들보다 "상실"을 덜 느낀다는 말이다. 애시당초 태어날 때부터 한계가 지어져있었으니, 손에 쥐었던걸 "잃어버린"심정을 잘 모른다. 물론 나도 상태가 안좋으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하루를 보내는 것은 매우 큰 용기를 필요로한다. 하루에 몇시간만 밖에서 앉아서 이동해도 몸이 금새 지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사람들처럼 훌륭한 커리어를 쌓고 싶다거나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싶다거나 한적은 없었다. 내 몸이 그것을 할 수 있는 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여행을 한번도 간적이 없고, 늘 조퇴를 했었기에 동창이라고 부를만한 친구들도 별로없다. 


대학에 와서 나는 무리하게 대외활동을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바람직한 시민이 될 수 없음을. 나도 풀타임 노동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IT장애인 교육 프로그램이었고 매일 8시간 6개월을 했다. 나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했다. 산소통을 들고다니는 모습은 다른 참가자들에게 꽤나 그로테스크했으리라. 결국 석달을 버티지 못하고 풀타임 출근을 할 수 없는 몸이되었다. 그때 내 나이 33세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병원, 병원, 병원, 수많은 검사와 테스트들...때로는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까지도.

내가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것은 "시간"이다. 실로 역사의 모든것은 "시간의 영속성"을 바탕으로 설계되어왔다.  특히 현대사회에 정부와 개인은 이 시간의 연속성을 극대화시켜 나타낸다. 그러나 손상된 자는 다르다. 그에겐 계획이 요원한 일이다. 어떤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의 인간상에서도 이 "계획"이 연결된 상태가 아니라면 세울수 없다.  손상된 자는 이것이 그냥 뜬구름 같은 소리같다. 오늘 내가 몸이 좋더라도 1시간뒤 몸이 좋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손상된 자는 시간과 불화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손상된 몸은 "개인적 차원으로 축소"되고 도도한 시간의 흐름을 위해 조용히"입을 다물기"를 강요받았다.

"커리어"가 중시되면서 각종 "시간관리 기법"이 서점가에 가득가득하다.  손상된 사람들은 시간을 연속적이 아닌 순간 순간적으로 경험한다. 그렇기에 기존 사회도식에 맞는 바람직한 인간관계, 사회관계, 시민상에 부합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시간의 연속성이 분절되기 때문이다. 고통이 나를 "치면"(친다는 표현은 쓰러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나는 바짝 엎드려 숨을 가쁘게 내쉰다고 적었었다. 그때의 시간은 내 몸에 슉ㅡ하고 들어왔다가 또 슉ㅡ하고 지나간다. 분절된 시간을 사는건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분절된 시간들의 몸에 번쩍하고 드나들고 또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버린다. 코로나 상태가 지속되면서 이제 그 "분절된"시간은 일반적인 경향이 되었다. 손상된 사람들의 일자리였던 계약직, 프리랜서 등의 일자리는 이제는 대부분 사람들의 일자리가 되었다. 정규직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투잡, 쓰리잡이 기본으로 권유되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시간이 목표를 향해 흐르지 않고 내 몸을 통과하고 내 몸을 "드나들고" 내 몸을 "엎드리게"하는 위력은 얼마나 강력하고 또 슬픈 일인가. 그래서 이 시간이  몸에 드나듦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던지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건강하고 매일 8시간 출근 노동(이것도 지켜지기 힘들지만)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사회를 산다면 어떻게될까. 그런 사람들이 낙오하지 않고 뒷받침해주는 제도가 있다면 어떻게딜까. 사람들은 훨신 더 마음의 부담을 덜고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이 이르렀다. 우리는 지금의 노동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잘 아플 권리, 질병권에 대해 우리가 첨예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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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여자. 선천성 심장장애인으로의 삶을 기록합니다. 트위터: @kim_mem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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