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11.19. 블랙자칼vs애들러스 배포전 [우5/M막둥이 S쇼요랑 B블자랑 Y영원히 B배구하자 J제발] 부스에서 판매하였던 블자히나 소장본 < MSBY BJs : 막둥이 쇼요랑 블자랑 영원히 배구하자 즐겁게 사이좋게 > 1권의 유료발행입니다! (본문, 후기 포함 약 14만 8천 4백 자)

※ MSBY 블랙자칼의 우당탕퉁탕 시끌벅적하면서도 평화로운 일상 이야기 + 개그 / 블자히나, 히나른 요소 多


※ 본 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은 총 4편의 이야기 중 03, 04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01. 스나의 의문. "MSBY 블랙자칼은 어째서 히나타에게 그렇게 무른 거지?" 

 02. MSBY 블랙자칼 깜짝 카메라! "식단 관리 중인 히나타가 간식을 먹고 있다...?!" 팀원들의 반응은?

 03. 제1 차 부엌대첩 발발! 블랙자칼 요괴즈 4인방의 우당탕퉁탕 요리 시간!

 04. 블랙자칼 막내즈, 사쿠사와 히나타의 공동 육아 일기 feat. 아기 고양이



※ 샘플은 아래 게시글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01~04 이야기 샘플 수록)



※ 동일 소장본에 수록된 01, 02편은 아래 게시글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블자히나] MSBY BJs : 막둥이 쇼요랑 블자랑 영원히 배구하자 즐겁게 사이좋게 - 첫 번째 이야기 (下)











03. 제1 차 부엌대첩 발발! 블랙자칼 요괴즈 4인방의 우당탕퉁탕 요리 시간!







조각조각 형태를 알 수 없도록 쪼개져 바닥을 나뒹구는 빵. 벽 곳곳에 묻어있는 새빨간 딸기 시럽과 그 옆에 진득하게 흘러내리고 있는 노오란 달걀물. 온 바닥을 구르고 있는 동그란 미니 초콜릿과 현관 바로 옆 신발장 앞에서 눈을 감지도 못 하고 죽어있는 생선까지….



난장판이 된 MSBY 블랙자칼의 숙소는 어떤 의도에서 붙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실 벽을 장식한 ‘WHY'라는 파티 풍선과 딱 맞는, 그야말로 왜 발생했나 싶은 상황이었다. 꽤 오래 숙소의 부엌을 지키고 있던 테이블이 반으로 동강난 채 무너져있는 모습처럼, 그야말로 처참했다.




그 한복판에서 쪼르르 무릎을 꿇고 앉은 네 사람은 밀가루인지 부침가루인지 모를 새하얀 분말을 뒤집어 쓴 채 저마다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넷의 앞에서 잔뜩 뿔이 난 채 팔짱을 끼고 선 메이안과, 그 옆에서 한숨을 쉬는 이누나키. 그리고 분위기를 살피며 어깨를 으쓱하는 토마스까지… 그 어느 누구 하나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역시 주장, 메이안이었다.






“…그래. 어디, 불과 몇 시간 숙소를 비웠을 뿐인데 왜 이 꼴이 난 건지 한 명씩 말해볼까.”






메이안의 가라앉은 음성에 저항 없이 흠칫한 네 사람. 그 중 가장 왼쪽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이부터 차례대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내는… 분명히 잘못은 했지만, 저 둘이 먼저 자극했습니더. 내는 오늘 종일 몰이당했는데…!” 두 손 가득 찐득한 밀가루와 각종 시럽이 덕지덕지 묻은 아츠무의 말이었고,

“츠무츠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생선을 던졌어! 나는 생선은 안 던졌는데…!!” 온몸에 생선 비늘이 묻어 있는 보쿠토의 항변이었으며,

“…저는 억울하네요. 맞는 말밖에 안 했는데. 그리고 제가 화가 난다고 누구처럼 음식을 집어던질 비상식적인 인간으로 보이나요? 저는 애초에 이 상황에 끼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새까만 머리카락과 대조되는 새하얀 가루를 뒤집어 쓴 사쿠사의 호소였다.






마지막으로 세 쌍의 눈이 한 사람에게 꽂혔다. 지금의 이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반성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는 히나타에게로.






“죄송해요…. 이러려고 준비한 게 아니었는데…. 제가 처음부터 중간에서 잘 조정하고 끝까지 한 눈 팔지 말 걸, 정말 죄송해요….”

“하아…. 아니, 너희는… ……됐다. 됐고….”






히나타, 일어나―. 네 사람 각자의 짧은 이야기를 듣고 깊은 한숨을 내쉬던 메이안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갑작스레 불린 제 이름에 깜짝 놀라 눈을 깜빡이던 히나타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릎을 꿇고 있느라 다리가 저렸던 건지 잠시 휘청거리던 자세를 바로세운 그가 메이안의 눈치를 살폈다. 메이안은 그런 히나타를 보다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사람 다 잘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구 하나가 특별하게 잘못을 했다고 꼬집어 나무랄 생각도 없다. 하지만… 20대 성인 남성 넷이 지키고 있던 숙소가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이 지경이 된 이유는 알아야겠네.”

“그건 저 둘이…!”

“츠무츠무가…!”

“둘 다 조용히 하고. 지금 내가 봐서는 가장 상황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건 히나타 한 명 같거든.”

“저는 진짜 억울한데요.”

“사쿠사. 너 지금 저 두 명과 같은 수준의 행동을 하는 건 자각하고 있지? 네가 평소에 가장 엮이고 싶지 않아 하던 식의 행동들로.”






반성 없이 억울함만 호소하던 사쿠사가 그 말을 듣자마자 인상을 팍 썼다. 하지만 차마 부정할 수 없다는 건 알았는지, 동시에 끄덕여지는 고개가 있었다. 그 뒤로 따라붙은 깊은 한숨은 숨기지 못 한 채.






“아무튼. 그러니까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은 히나타한테 먼저 듣도록 하겠어. 나머지 셋의 이야기도 물론 들을 거지만, 일단 전체적인 상황 파악은 히나타의 말부터 듣고 할 거다. 불만 있는 사람 있어?”

“없습니더….”

“없어!”

“……저도요.”

“좋아. 그러면 히나타, 얘기해 봐. 왜 이 상황이 벌어진 건지, 네가 보고 듣고 겪은 일을 우리한테 상세히 말해 봐.”

“제, 제가요?”

“혼내는 거 아니고 상황 파악을 위한 거니까, 그냥 편하게 다 얘기해.”

“맞아. 어차피 넷 다 충분히 혼난 후에 너희들끼리 숙소 청소해야 하는 건 변함이 없거든. 그래도 누가 어느 정도의 지분이 있는지는 알아야, 청소 구역을 공평하게 나눠주지.”

“나 아직도 발바닥 아래에서 생선 smell 나는 것 같아…. 저 생선은 왜 저기에 있던 건지, 왜 내가 저 생선을 밟아야만 했던 건지 제대로 설명해 줘, 히나타. 나 진짜 저기 있는 풍선처럼 이유를 모르겠어. Why?"

“저건 원래 ‘WHY’가 아니라… ‘ALWAYS THANK YOU’이기는 했는데요….”

“어떻게 하면 그 긴 글자가 저렇게 짧아질 수 있는 거야?”

“그게… 사실 저도 끝에는 옥상에 가 있어서 자세한 상황은 몰라가지고…. 저도 세 분이 들어오기 직전에 맞닥뜨린 상황이라, 저보다는 오미 상한테 물어보시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메이안에 이어서, 이누나키와 토마스까지 대답을 요구하자, 히나타가 난감하다는 듯 눈을 도르르 굴리며 말했다.






“왜 오미 군이가. 내가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츠무츠무는 안 돼! 아까 완전 눈이 돌아 있었어! 차라리 내가 설명할게!”

“좋아. 사쿠사, 일어서.”






메이안의 말에 이번에는 사쿠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윽고 설명해보라는 목소리를 들은 그가 입을 열었다.






“W랑 H랑 Y를 제외한 나머지가 전부 터져버렸어요.”

“아니,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라… 아니지, 그것도 맞기는 한데. 그러니까 왜 저게 그렇게 터졌고, 도대체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봐.”






사쿠사의 앞에 서 있는 셋과 옆에 서 있는 하나, 그리고 앉아 있는 둘까지. 총 여섯 명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하고, 그 눈빛을 한 몸에 받으며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인상을 쓰던 사쿠사는 결국 서서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이야기는, 그러니까… 오늘 아침으로부터 시작된 겁니다.”






그렇게, MSBY 블랙자칼 숙소 내 ‘제1 차 부엌대첩’ 발발 과정의 역사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 M ◽ S ◾ B ◾ Y ◾ B ◾ J ◾

 




 

“ …미오미, …… 어나…! 아침이ㅇ… ……오미…!”






휴일 아침의 단잠을 깨우는 목소리. 한 달에 한 번 자신에게 주는 보상인 ‘늦잠의 날 아침’을 방해받은 사쿠사가 짜증 섞인 손짓으로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다른 이의 목소리가 잠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어이, 오미 군. 일어나 봐라, 쫌. 지금 몇 시인지 알고 자나. 벌써 11시다, 11시. 평소였으면 오전 훈련 종료 30분 전이라고.”

“오미오미~ 일어나. 오늘은 아침에 할 일이 많잖아. 그냥 휴일이 아니라고! 같이 하기로 했으면서!”

“……저리 가. 사라져. 내 방에서 나가라고.”

“여가 왜 니 방이가. 쇼요 군이랑 같이 쓰는 방이면서. 웃기네.”

“당장 안 꺼져? 난 분명 안 한다고 했어. 장 보는 거 했으면 됐잖아. 위생 상태도 제대로 안 갖추고 할 게 뻔한데, 니들이랑 같이 요리하기 싫다고.”






낮게 으르렁거리며 이불로 더욱 파고들기 시작한 사쿠사. 온전한 진심을 담아 짜증을 내고 있는 그 모습에도, 보쿠토와 아츠무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으로 목소리를 더 높일 뿐.




평소의 그들이라면 굳이 싫다는 사람을 이렇게 깨우지도 않았겠지만, 오늘 아침은 그럴 수가 없었다. 며칠 전부터 준비하고 기다려 온 오늘은 보쿠토부터 나이 순으로 쭉 이어지는 ‘MSBY 블랙자칼 요괴즈’가 다른 세 사람을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거기에 사쿠사의 의지는 단 한 줌만큼도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 기획의 발단은 TV를 보고 있던 토마스의 발언이었다.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어느 날의 메이안과 이누나키, 토마스, 그리고 아츠무. 때마침 한 맛집에 관한 방송이 나오는 화면을 보며, 토마스가 눈썹을 꿈틀거리고 의아함을 내비쳤다.






“저게 저렇게 맛있나? 그냥 평범한 부침개 같은데.”

“저건 부침개가 아이다. 전이다, 전. 생선으로 만든.”

“그래? 생선을 저렇게 해서 먹으면 구이보다 더 맛있어? 사람이 엄청 많아. 고기도 아니고 생선을 먹으려고 저렇게 줄을 선 게 신기해.”

“맛집이니까 TV 타는 거겠제. 저 프로그램 나름 유명하다. 전에 사무도 연락와가 출연한 적 있고.”

“아, 나 저기 가 봤었어. 먹고 싶어서 갔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결국 기다리다가 못 들어갔지만.”

“막 부친 전 먹으면 맛있잖아. 어릴 때 어머니께서 생일 때마다 전 부쳐주시면 그게 그렇게 좋을 수 없었는데.”

“주장, 그렇게 말하니까 너무 옛날 사람 같은데예….”

“옛날 사람이라니. 전이 만들기 쉬워보여도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데. 특히 생선전은 먹을 때 안 불편하려면 가시도 발라놔야 하고, 간도 딱 알맞게 해야 하고.”

“맞아요. 애초에 가정집에서 기름 요리하는 게 쉽지 않긴 하죠. 덥기도 덥고, 기름 튀면 그거 닦아내는 것도 신경 써야 하고. 저희 집은 그래서 집에선 전 안 부쳐 먹고 늘 사다 먹었어요.”

“그치? 쉬운 게 아니라니까? 아, 말 나오고 보니 오랜만에 먹고 싶네. 안 먹은 지 꽤 오래 됐다.”

“그러게요. 저도 할아버지 생신날이나 되어야 먹어서.”

“나도 궁금하네.”






TV 속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노릇하게 익어가는 전의 모습에, 세 사람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 사이에서 가만히 머리를 굴리던 아츠무는, 세 사람을 위해 숙소에서 직접 전을 요리해 상을 차리자고 아이디어를 내었고, 곧바로 비밀리에 히나타에게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메이안 상도 드시고 싶다 하셨고, 이누 상도 매번 사다 드셨으면 집에서 막 부친 전은 못 드셔봤을 테고… 토마스 상도 궁금해 하셨다고 하니까 세 분 다 좋아하시겠어요.”

“맞제. 쇼요 군은 요리 잘 하니까 내랑 쇼요 군이랑 둘이 뚝딱뚝딱 같이 만들면 일곱 명 한 끼 먹을 정도는 금방 만들지 않겠나.”

“시간만 충분하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저 어렸을 때부터 엄마랑 같이 만들곤 했어서. …아! 그러고 보니 다음 휴일이 메이안 상이 팀에 입단하신 날이니까, 같이 축하도 할 겸 케이크도 구울까요? 아예 깜짝 파티 느낌으로!”

“맞나. 주장이 그 때 팀에 들어왔다나. 우리 쇼요 군은 세심하기도 하지, 제일 막둥이로 들어왔으면서 어떻게 그런 걸 다 알고 있나. 기특하네. 내가 주장이었으면 울었다 울었어.”

“응? 츠무츠무 또 울어? 왜 또 울어? 오늘은 팬 감사제도 아니었잖아. 말실수도 안 했는데, 왜 또 울어?”

“또 순진한 애 꼬드겨서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고 있냐. 히나타, 너도 미야 말 다 받아주지 말고 적당히 선 그을 건 그어.”






그러나 히나타와 단 둘이 사이좋게 요리를 하려던 아츠무의 바람은, 갑작스레 모습을 보인 보쿠토와 사쿠사로 인해 무너지고야 말았다. 물론, 두 사람이 나타나자마자 아츠무와의 이야기에 대해 곧바로 설명하고 먼저 함께할 것을 제안한 건 히나타 쪽이었지만, 둘만의 오붓한 요리 시간을 깨뜨린 게 히나타라고는 차마 인정하고 싶진 않았던 아츠무였다.




히나타의 설명을 들은 두 사람의 반응은 새삼 달랐다. 보쿠토는 곧바로 눈을 번쩍이며 재미있겠다는 말과 함께 합류하기로 하였으나, 사쿠사는 굳이 직접 전을 부치고 케이크를 만들어야겠냐는 반응이었다.






“모처럼 츠무 상이 세 분을 위한 아이디어를 낸 걸요! 취지도 좋고, 같이 맛있는 거 먹으면 좋잖아요~ 메이안 상 축하도 해 드리고!”

“‘모처럼’이래, 츠무츠무. ‘모처럼’.”

“히나타, 잘 생각해. 미야가 정말 세 사람을 위해서만 그런 아이디어를 낸 것 같아? 너랑 단 둘이 쇼핑하고 요리하려는 개수작이라는 생각은 못 해?”

“오미 군, 사람 섭하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내가 무슨 개수작을 부린다고. 내는 진짜 100% 세 사람을 위해서 낸 아이디언데.”

“그럼 히나타 말고 보쿠토랑 둘이서 장 보고 둘이서 쇼핑하면 되겠네. 히나타는 평소에도 숙소에서 요리 자주 하니까, 기왕이면 안 해 본 두 명이서만 요리해 대접해드리는 게 더 감동적이지 않겠어?”

“…….”






마냥 순수하기만 하지는 않았던 속내를 한 번에 찌르는 사쿠사의 발언에, 정곡을 찔린 아츠무가 험한 말을 읊조렸다. 물론, 옆에 있는 히나타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입모양으로만.




아츠무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히나타는 이미 그 기획이 상당히 마음에 들은 모양인지 사쿠사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기왕 할 거라면, 네 사람이 다 같이 준비하는 게 더 감동적일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히나타의 갖은 설득에도 사쿠사는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그러면 요리는 히나타랑 나만 해. 둘은 장 보고.”

“하? 왜 그렇게 되는데.”

“그야, 위생상 좋지 않으니까.”

“오미오미… 우리를 살아있는 세균 취급하지 말아줘….”

“살아있는 인간이지만, 그 인간이라는 존재의 손에는 세균이 가득하거든. 히나타야, 평소에도 깔끔하게 요리를 하고 뒷정리도 확실하게 하는 걸 아니까 믿을 수 있지만, 둘은…….”

“아, 우리도 제대로 손 닦고 할 거다!”

“방금 네가 맨발로 밟은 바닥의 물, 어디서 떨어진 것 같아? 화장실 다녀온 보쿠토가 손만 대충 씻고 수건에 물기도 안 닦은 채 나와서 떨어뜨린 거야.”

“…….”

“더 할 말 있으면 해 보든가. 다른 예시도 친히 들어줄 수 있으니까.”






사쿠사의 말에 모두가 입을 열지 못 했다. 바닥에 물을 뚝뚝 떨어뜨리던 보쿠토만이 “나, 요리할 때는 진짜 잘 할 수 있어!”라며 요리에 대한 열망을 피력할 뿐이었다.






“아니면 저랑 오미 상이 장을 봐 올게요. 대신 보쿠토 상이랑 츠무 상이 요리를 하시는 건요?”

“아니, 쇼요 군, 왜 그런 매정한 선택을.”

“네? 아니, 츠무 상이랑 보쿠토 상이 요리를 엄청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길래요. 어차피 전도 부치고 케이크도 만들려면 장도 잔뜩 봐야 할 테고, 저희 넷이 한꺼번에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 정신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두 분이 청결에 신경 써서 요리하실 거라는 걸 저는 믿지만, 오미 상은 그렇지 못 하신 것 같으니까, 요리하는 현장을 직접 보기보단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중에 음식을 먹을 때 더 낫지 않을까요?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는데….”

“뭐야, 그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잖아. 싫어. 저 둘이 만드는 거면 안 먹어.”

“내도 쇼요 군이 요리 안 하면 안 할란다. 좋은 의도로 하는 건데 이런 취급 받아야 하나.”

“그러면 나랑 히나타랑 요리 하면? 둘이 장 보고 와!”

“절대 싫어.”

“그건 더 싫다!”

“그러면 뭐 어쩌자는 거야? 둘 다 하나씩 양보를 해!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며 살 수는 없어.”






보쿠토의 촌철살인에도, 아츠무와 사쿠사는 완강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난감해하던 히나타는 결국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면 이건 어때요? 저랑 오미 상이랑 장을 볼 테니까, 대신 보쿠토 상이랑 츠무 상은 그 동안 부엌 청소를 깔끔하게 해 주세요. 뒷정리까지 완벽하게요. 만약 그 모습이 오미 상의 성에 안 차면, 저 혼자 요리할게요. 대신 오미 상이 봤을 때 청결도가 만족스럽다 싶으면 두 분이랑 저랑 셋이 요리를 할게요. 그러면 모두 만족하시죠?”

“쇼요 군 혼자 요리를 하는 건 힘들지 않겠나. 애초에 내가 하자고 제안한 건데.”

“에이, 저 혼자 요리하도록 안 하실 거잖아요? 츠무 상이랑 보쿠토 상 두 분 다 완벽하게 뒷정리해서 셋이 같이 요리할 수 있게끔 해주실 거라고 믿는 걸요.”

“쇼요 군…!! 내 진짜 잘 할게! 완전 반짝반짝 광이 나고 윤이 나도록 싱크대도 다 청소해둘게!!”

“나는 좋아! 오미오미는? 설마 히나타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아직 싫다고 하진 않을 거지? 응? 어린 애도 아니고….”

“…….”

“오미 상, 어떠세요? 혹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해볼게요.”

“……엄격하게 판단할 거야. 절대 안 봐주고 평소 내 기준 그대로 적용해서 볼 거니까.”

“응! 좋아!”

“좋아요! 그러면 다음 휴일 전날 저녁에 저랑 오미 상이랑 장을 보고, 그 다음날인 휴일에 저희 셋이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해 봐요! 아, 세 분께는 절대 비밀이에요!”

“좋다! 세 사람 모두 내보내는 건 내가 입 잘 털어볼게!”






자신만만한 태도는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던 모양인지, 아츠무는 세 사람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네어 파티 계획은 숨기고 다음 휴일 오전부터 약 5시간의 시간을 벌어두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윽고 장 보는 날이 된 당일 저녁, 숙소 장을 볼 겸 자진해서 마트로 간 히나타와 사쿠사는 따로 준비한 카드로 파티를 위한 준비물을 구매했다. 식재료만 담으려 했던 카트에는, 기왕이면 파티처럼 꾸미자며 눈을 반짝이는 히나타로 인해 파티 풍선을 비롯한 고깔모자가 여럿 담기었다. 그런 두 사람이 돌아왔을 때, 싱크대를 비롯한 부엌은 정말 깔끔하게 정리를 마친 상황이었다. 이누나키 상이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둘만으로 청소를 한 게 맞느냐는 사쿠사의 질문이 여러 차례 던져질 정도로 말이다.



연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 하던 사쿠사는 내키지 않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알겠다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쿠사 키요오미로부터 인정을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는 뿌듯함을 안게 된 두 사람.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오늘 아침에는 보쿠토와 아츠무, 그리고 히나타 이렇게 셋이 요리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랬는데…. 사쿠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은 장을 보기로 했고 요리는 셋이 하기로 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시간부터 자신을 깨우는지,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사쿠사의 마음속 짜증 게이지가 얼마만큼 차올랐는지도 모를 두 사람은 내내 사쿠사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깨웠다. 그 중, 두려울 게 없는 보쿠토가 사쿠사의 이불 위로 손을 뻗어 스파이크를 내리꽂듯 사쿠사의 등을 내리쳤을 때, 가까스로 붙잡고 있던 사쿠사의 이성의 끈이 툭 끊기고 말았다.






“아씨, 안 꺼져!? 둘 다 당장 이 방에서 나가고 다신 들어오지 마!!”





순식간에 홱 일어난 사쿠사가 자신의 베개를 집어 들어 두 사람의 방향으로 힘껏 던졌다. 누군가의 얼굴에 맞은 베개가 퍽― 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툭 떨어졌고, 그 한 순간 방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내내 사쿠사를 괴롭혔던 보쿠토와 아츠무의 목소리도, 씩씩거리며 분을 가라앉히지 못 한 사쿠사의 목소리도 어떤 사태로 인하여 잠시 동안 멈추고 만 것이었다.






“어… 으음…. 일단 오미 군. 봇 군이 그런… 갑작스러운 스파이크 모션을 취한 것에 대해선 내가 대신 사과하겠는데… 어… 그게….”






우리,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 방금 니가 내던진 베개에 얼굴을 맞고 휘청거린 쇼요 군까지 해서, 셋―.




섬뜩한 광경을 목격하고 만 사람처럼 더듬더듬 거리던 아츠무가 말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사쿠사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알 수 있는 그 광경에 대하여.




순식간에 발생한 그 끔찍한 사태에, 사쿠사를 자극한 장본인인 보쿠토도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라 서 있었다. 극도로 당황하여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르는 기분까지 느끼던 사쿠사는 베개를 던졌던 모습 그대로 굳어 있었다. 한 박자 늦게, 그러나 셋 중에 가장 빠르게 정신을 차린 보쿠토가 히나타의 얼굴을 살폈다.






“히나타 괜찮아? 코피 나는 건 아니지? 혹시 어지러워? 응?”

“…….”






베개에 정통으로 얼굴을 가격당한 히나타는 말이 없었다. 막을 새도, 그렇다고 피하거나 리시브를 할 새도 없이 날아온 베개를 맞았던 순간 그대로 눈을 감고 서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길게만 느껴졌던 정적을 깨뜨리는 히나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평소와 달리 낮은 듯한 목소리가.






“……오미 상.”

“어? 어어, 어….”

“오늘은 오미 상이 한 달에 한 번 늦잠을 자는 날이시죠?”

“어, 맞…아.”

“알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깨우러 와서 죄송해요. 5시간 동안 나가 계시기로 했던 세 분이 갑자기 일정이 변경되었다고 예정보다 빠르게 돌아올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거든요. 저희 셋이서만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요. 오미 상은 어제 장도 보셨고 원래 요리하기로 하신 분이 아니셨으니까, 계속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깨우러 온 거였는데….”

“어… 그랬구나. 으응.”

“그래서 말인데요, 오미 상. 오미 상이 직접 선택하세요. 계속 이어서 더 주무실래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일어나셔서 저희와 함께 부엌에 가실래요―?




히나타가 말했다. 마침내 뜬 두 눈은 코트 위에서 배구공을 노리는 때처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섬뜩한 안광을 빛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츠무와 보쿠토는 물론이고, 히나타와 마주보고 있던 사쿠사까지 일순간 흠칫했다.






“……뭐부터 하면 될까.”






결국 사쿠사까지 합류하여, 네 사람의 요리 시간이 시작되었다. ‘제1차 부엌대첩’ 발발까지 약 2시간을 남겨둔 시점의 일이었다.

 



 

 

◾ M ◽ S ◾ B ◾ Y ◾ B ◾ J ◾

 

 




“아니, 우리 동태만 부칠 거 아니었나. 왜… 온갖 재료를 다 사온 건데…? 우리 뭐 전 장사 하나.”

“앗, 토마스 상이 처음 드셔보신다고 하니까 기왕이면 여러 가지 전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새우에 고기에 애호박에… 얜 뭐고. 깻잎? 깻잎도 부쳐 먹나. 토마스 깻잎 잘 안 먹지 않나? 시간도 얼마 없는데 깻잎은 그냥 치우고 나중에 고기나 싸 먹는 게 어떤데. 내는 깻잎전은 또 처음 보네.”






재료를 뒤져보던 아츠무가 냉장고 앞에 서 있던 보쿠토에게 휙 깻잎을 던지며 말했다. 그러자 맞은편의 사쿠사가 첨언했다.






“히나타 어머님께서 깻잎전 자주 해주셨대.”

“역시 우리 쇼요 군 어무이가 최고다!! 전은 역시 깻잎전이제! 내는 깻잎전이 제일 좋더라! 봇 군 뭐하나, 퍼뜩 깻잎 안 주고!”

“츠무츠무, 이중인격이야…?”






아츠무의 발언에 떨떠름한 표정을 한 보쿠토가 휙 깻잎을 도로 던졌다. 깻잎을 캐치한 아츠무가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깻잎을 두며 “내는 깻잎부터 부칠 거다. 아무도 말리지 마라. 전은 깻잎이다, 깻잎.”이라고 되뇌었다. 그 모습을 본 사쿠사는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저었다.






“아, 이건 또 뭐고. 웬 초콜릿…? 주장 이렇게 단 거 많이 안 먹는다이가. 오미 군, 식단 관리 생각 안 하고 아주 그냥 막 사 왔제. 애초에 우리 중에 누가 이런 초콜릿을 먹는다고.”

“그거 히나타 최애 초콜릿이라던데.”

“누가 먹긴 내가 먹제!! 이 초콜릿 전부 내가 먹을 거다!! 아, 내도 이 초콜릿이 제일로 맛있던데 쇼요 군이랑 내랑 입맛이 같나 보네~! 봇 군, 얼른 그거 다시 이리 줘라!”

“…….”






마찬가지로, 바구니에서 꺼낸 초콜릿을 보쿠토에게 휙 던졌던 아츠무가 급히 말을 바꾸며 하하 웃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보이는 이상 행동에, 이번에는 요리 전에 정신부터 차리는 게 좋겠다는 말과 함께 초콜릿을 던진 보쿠토였다. 아츠무의 머리를 향하여.




머리에 초콜릿을 맞고도 히나타의 눈치를 보며 하하 웃기만 하는 그 모습에, 사쿠사는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정작 그런 사쿠사도 아까 베개를 던진 일로 인해 군말 없이 히나타의 옆에 서 있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요리는 두 팀으로 나눠서 하는 게 어떨까요! 한 팀은 전, 한 팀은 케이크만 담당하는 게 훨씬 빨리 진행될 것 같은데.”

“좋다! 쇼요 군은 뭐할 건데?”

“전 둘 다 괜찮아서 마지막에 고를게요~”

“안 된다. 쇼요 군이 먼저 고르는 게 우리들 진행에 도움이 될 거다. 안 그러면 팀 짜는 것부터 몇 십 분 걸릴 걸.”

“나! 나는 케이크! 케이크 할래!”

“아, 그러면… 제가 전 할게요! 전 쪽이 종류도 많고 조금 더 손이 많이 갈 것 같으니까요. 두 분은 어떻게 하실래요?”

“그럼 내도 전! 오미 군은 쇼요 군 다음으로 요리 잘 하니까, 요리 잘 하는 사람끼리 갈라지는 게 맞지 않겠나.”

“아니지. 잘 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성공률을 높이는 게 더 효율적이지. 괜히 어중간한 요리 두 개보단 하나라도 제대로 살리는 게 낫다고 봐. 그렇지, 히나타?”

“하? 뭘 모르네. 니는 균형 개발도 모르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움이 더 필요한 쪽부터 지원을 해 줘야제. 그리고 사람이 몇인지 모르나. 맛대가리 없는 두 종류가 제대로 된 한 종류보다 낫다. 맞나 안 맞나, 쇼요 군.”

“아니, 두 분은 왜 벌써부터 요리를 실패할 거란 생각부터 하시는 거예요? 세 분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드리려고 기획한 거 아니었어요, 저희…?”






히나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츠무와 사쿠사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전 팀 소속원이 되기 위해 기싸움을 펼쳤다. 아츠무의 말처럼 정말 팀을 정하는 데에만 몇 십 분이 걸릴 것 같은 상황이었다.




결국 제비뽑기로 정하자며 어플을 켠 히나타. 요리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손에 땀을 쥐는 시간이 흐르고, 승리의 여신… 아니, 전의 여신은 아츠무 쪽을 향해 웃어주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는 아츠무와 “쳇.” 소리를 내며 혀를 차는 사쿠사의 희비가 교차되었다.






“자, 그러면 얼른 시작해요! 오미 상, 케이크는 어제 장 보면서 설명 드린 대로예요. 맡겨도 괜찮죠?”

“어. 알고 있으니까 걱정 마. ……대신, 중간에 막히면 도와줘야 해.”

“에이, 오미 상도 요리 나름 잘 하시면서!”

“자신은 있지만, 맛있을 거란 확신은 없어. 케이크는 처음이라.”

“괜찮아요~ 분명히 잘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중간 중간 헷갈리는 거 있으시면 편히 물어봐주시고요.”

“응. 그럴게.”

“좋아요! …아, 맞다! 저희 어제 사 온 비닐장갑이랑 앞치마! 그것부터 착용하죠!”

“난 이미 했어! 두건도!”

“에, 마스크까지 사 온 거가. 철저하네….”

“너처럼 시도 때도 없이 나불거리는 사람한테는 특히 필수지.”

“쇼요 군, 오미 군이 자꾸 내한테 시비 거는데 점마부터 마스크 쓰고 입 닫으라 해라. 안 그러면 내 전 부치기 전에 점마부터 칠 것 같다.”

“전 부치면서 전부 치기…!!”

“봇 군 입도.”

“네, 네~ 잠시만요!”






장바구니에서 마스크를 꺼내어 뜯은 히나타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곤 사쿠사에게로 가 마스크를 건네었다. 그러자 이미 손에 착용한 비닐장갑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사쿠사가 히나타에게로 상체를 가까이 숙였다.






“응? 왜요, 오미 상?”

“비닐장갑 낀 손으로 마스크 쓰다가 머리카락에 닿으면 위생적이지 않으니까.”

“아아, 그러네요! 그러면 제가 씌워드릴게요! 조금만 더 낮춰주실 수 있나요?”

“응.”






히나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사쿠사가 조금 더 상체를 숙여 히나타에게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런 사쿠사에게 직접 마스크를 씌워주는 히나타를 본 아츠무는 이미 다 착용했던 앞치마와 마스크를 순식간에 내벗어던졌다.






“쇼요 군, 내도! 내는 앞치마도 아직 안 했다! 내도 직접 해 도!!”

“츠무츠무, 여태 앞치마도 안 착용하고 뭐 했어? 게으르네.”

“봇 군은 모르면 가만있어라. 저런 게 바로 내가 상상했던 그림인데!”

“아, 저도 이미 비닐장갑을 껴서…. 보쿠토 상 아직 비닐장갑 안 끼셨으니까 보쿠토 상이 해주실 수 있나요?”

“응, 그럴게!”

“…….”






결국 저항도 한 번 못 하고 보쿠토에게 백허그를 당한 아츠무의 허리에 도로 앞치마의 끈이 묶여졌다. 피식 비웃음을 흘린 사쿠사가 유유히 뒤를 돌아 케이크 재료를 꺼내드는 것을 시작으로, 네 사람의 요리가 본격적인 진행에 착수되었다.






“쇼요 군, 달걀은 내가 다 깔게. 쇼요 군은 저 가서 재료들 늘어놓고나 있어라.”

“넵, 그럴게요!”

“그리고 전 뒤집는 건 기름 튀어서 위험하니까 그것도 내가 다 할 거다. 우리 쇼요 군 어무이가 잘 하신다던 깻잎전은 특히 더 맛나게 부쳐줄게. 알았제?”

“좋아요! 저 츠무 상의 요리 완전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히나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 환한 웃음에 더욱 힘을 내어 양손으로 달걀을 까기 시작한 아츠무. 의도적인 미소는 아니었겠으나, 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미야 아츠무 조련사’로 통하는 히나타의 면모를 여실히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맞다, 오미 상. 그러고 보니 저희 어제 생선 사 온 게 조금 덜 싱싱한 것 같아서, 오늘 아침에 새로 사 왔어요.”

“잘했네. 어제 건 늦은 시각에 갔더니 상태가 영 아니라 고민했었잖아.”

“그렇죠? 그래서 완전 싱싱한 걸로 아침에 보쿠토 상이랑 나가서 사 왔어요! 그런데…….”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머뭇거리는 히나타의 모습에 사쿠사가 되물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히나타는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새하얀 아이스박스의 뚜껑을 열며 조심스레 입을 뗐다.






“너무 싱싱해서 아직도 살아 있어요.”

“…….”

“얘 어떻게 기절시키죠…?”

“오미오미 지금 케이크 팀으로 오기를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

“…멋대로 남의 생각 읽지 마.”

“오미 상 지금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는 걸요.”







아이스박스 안에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팔딱거리는 물고기를 본 사쿠사가 질색하며 뒤로 물러섰다. 잽싸게 뚜껑을 닫은 히나타가 박스를 구석으로 밀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는 첨벙 거리는 물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네 사람 중 그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 하는 상황. 벌레에는 나름 면역이 있지만 살아있는 생선을 기절시켜 본 적은 없어 머뭇거리는 히나타와, 벌레가 나타나면 곧바로 막둥이를 부르는 세 형들은 말없이 아이스박스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째깍째깍 움직이는 초침 소리 사이로 끼어드는 첨벙 소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침묵이었다.






“이, 이럴 땐 제일 연장자가 용기 있게 나서야 하는 거 아이가.”

“츠무츠무, 나를 믿어? 일단 난 못 믿어.”

“나한테 저걸 기절시키라고 들이미는 순간, 요리고 뭐고 숙소를 뛰쳐나갈 거야.”

“아니면 그냥 찜통에 넣고 쪄 버리면? 그러면 알아서 가지 않을까!”

“어디로요…?”

“저 세상으로?”






해맑은 표정과 목소리에 그렇지 못 한 내용. 보쿠토의 말에 나머지 세 명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럼 어떡할 거냐던 보쿠토는 아츠무를 향해 물었다.






“츠무츠무는 못 해?”

“엉. 내는 못 하겠다.”

“왜 못 해? 주먹밥도 만들잖아?”

“그건 싸무고! 그리고 주먹밥이랑 생선 기절시키는 거랑 뭔 상관이 있는데?!”

“츠무 상… 저희가 전 팀이니까 책임지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쇼요 군, 내 진짜 저건 쫌. 아무리 쇼요 군이 그런 표정으로 바라봐도 저건….”

“츠무 상…….”

“…….”

“…….”

“……칼 줘 봐라. 해 볼게.”

“와, 츠무 상 멋져요!”

“그래, 쇼요 군. 내가 니를 이렇게나… 어? 이렇게나 애낀다. 알겠제?”

“멋있어, 츠무츠무! 반하겠다!”

“아니, 그건 좀 참아주라, 봇 군. 내 칼 다시 내려놓는 꼴 보고 싶나.”






결국 칼을 집어든 아츠무가 아이스박스 앞에 섰다. 일단 생선을 도마 위로 옮기는 것부터가 큰 산이었다. 크게 한숨을 내쉬던 아츠무는 질끈 눈을 감고 생선을 잡았다.






“으아아아악…!!”

“안 돼요, 츠무 상! 놓치시면 안 돼요!!”

“참아, 츠무츠무! 꽉 잡아, 꽉! 배구공이라 생각해!!”

“내는 세터다!! 배구공을 잡는 게 아니라 토스하며 올려주는 거라고!!”






두 손으로 잡고 들어올리자마자 팔딱이는 생선. 기겁한 아츠무가 팔만 앞으로 쭉 내민 채 허공을 방황하며 소리쳤다. 이미 히나타를 데리고 멀찍이 대피해있던 사쿠사가 인상을 쓰며 뒤로 물러섰고, 보쿠토는 자신을 향해 오는 아츠무를 냄비 뚜껑을 방패삼아 막고 있었다.




결국 물고기를 놓쳐버리고 만 아츠무. 부엌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그것이 필사의 움직임을 선보였다.






“어떡하제!? 떨어뜨렸다!!”

“주워야 하지 않을까…!”

“내 지금 그걸 몰라서 묻는 걸로 보이나, 봇 군…!”

“미친…….”






기절초풍할 듯한 표정의 세 남자가 어찌할 줄도 모르고 서서 바닥의 물고기를 내려다보았다. 점점 더 격해지는 그 몸짓에 시작부터 포기하고 싶어지던 그 순간, 성큼성큼 다가온 히나타가 아츠무 손에 들린 칼을 빼앗아들었다. 그리고는…….




팍―!!






“……기, 기절… 성공한 것 같아요….”

“…아니, 이건 기절이라기보단….”

“죽인 거 아니야…?”

“……쇼요 군, 내 진짜 다시금 실감한다. 우리 팀 막내온탑은 니다.”






그대로 칼을 바닥의 생선 위로 꽂아버린 히나타. 마지막까지 꿈틀꿈틀 움직이던 그것이 서서히 둔해지더니 결국에는 눈을 뜬 채로 먼 길을 떠나고야 말았다.




몸통 정중앙에 칼이 박힌 채 죽은 생선을 보던 히나타가 나머지를 살폈다. 셋 중 누구도 이것을 들어올릴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에, 히나타는 자진해서 그것을 들었다. 칼을 빼앗아들고부터 접시 위에 생선을 조심스레 올려놓을 때까지 그 일련의 과정 속 히나타가 용감하고 멋있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무서움을 느끼는 세 명이었다.




잠시 후, 그런 히나타가 내뱉은, 더 무서운 한 마디.






“…그런데 저희요, 생선 한 마리 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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